아름다운 체코의 수도, 프라하
프라하의 거리를 둘러 본다. 구시청사로 가는 길에 보이는 시민회관은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졌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민주공화국이 선포된 역사적인 장소라고 한다. 정문에 반원형의 모자이크화 <프라하의 경배>가 눈에 띈다. 프라하의 거리를 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맥주가 마시고 싶다. 체코의 흑맥주인 Kozel이 내 머릿속에 가득하다. 나는 시민회관 1층 레스토랑 외부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샌드위치와 Kozel 흑맥주를 주문했다. 흑생맥의 맛을 본다. 모양새가 꼭 콜라와 흡사하다. 그런데 마시니 목에서 느껴지는 청량감이 정말 콜라와 비슷하다. 맥주의 신선함이 느껴지고 약간의 씁쓸함이 달콤하다.
체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위인 얀 후스 동상과 틴 성당이 보인다. 얀 후스(1372~1415)는 15세기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보다 1세기나 앞서 종교개혁을 주장한 인물이라고 한다. 이 동상 앞은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소원의 벽으로 나왔다고 한다. 틴 성당은 구시가 광장에서 천문시계 다음으로 눈에 띈다. 2개의 첨탐은 고딕 양식으로 80m의 높이와 함께 프라하를 장식한다. 광장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걷다보니 나의 식욕을 자극하는 먹거리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 샌드위치를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나는 이미 줄을 선다. 길거리 간식으로 유명한 트레들로 빵이다. 반죽한 밀가루를 봉에 감고 돌려가면서 직접 굽고 여기에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을 올려준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넣어 한 손이 들고 먹으며 계속 거리를 걸었다.
블라타 강을 향해 계속 걸으면 프라하에서 유명한 다리 카를 다리인 카를교가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600살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카를교 입구부터 관광객이 넘쳐난다. 고딕양식의 교탑을 지나 다리에 오른다. 이 다리는 차가 다니지 않는 보행자 전용 다리이다. 총 길이 520m, 폭이 약 10m이다. 다리 위에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연주한다. 각자의 재능을 관광객에게 선보이며 프라하를 함께 빛낸다. 다리 건설을 주도한 카를 4세의 이름을 딴 카를교에는 수많은 관광객, 연인들로 붐빈다. 다리 위에서는 멀리 보이는 프라하 성을 감상할 수 있다. 너무나도 멋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정말 멋진 장소이다.
카를교를 지나 블라타 강 건너편 프라하의 거리를 걸어본다. 먼저 찾은 곳은 ‘존 레논 벽’이다. 1980~1989년에 프라하의 젊은이들이 반공산주의와 사회비판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낙서로 표현한 곳이라고 한다. 벽의 한 쪽에는 존 레논의 벽화가 있다.
존 레논 벽을 지나 캄파 섬에 간다.
관광객이 많은 프라하에서 유일하게 고요한 곳이다. 카를 다리 밑에 있는 이곳에서 조용히 카를 다리 그리고 프라하를 감상했다. 조금은 더운 날씨로 흘렀던 땀이 이곳에서 천천히 식혀졌다. 캄파 섬의 반대편, 카를 다리 밑의 다른 한 쪽으로 걸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작업실과 박물관이 있다고 했다. 카프카가 쓴 문학작품 <변신>을 읽어봐야겠다. 어렵다는 평이 많은데 프라하의 배경이 숨겨져 있다고 하니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더운 날씨였지만 다시 힘을 내서 프라하 성에 오른다. 성으로 가는 길인 네루도바 거리의 경사가 생각보다 매우 가파르다. 열심히 오른 덕분에 프라하 성 입구에 도착했다. 더위를 좀 식힐 겸 계단에 앉아 거리의 악사의 음악을 듣는다. 천천히 열기가 가라앉는다. 호른과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가 듣기 좋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드디어 프라하 성에 오른다. 이제 펼쳐질 프라하의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일까.
구시청사 건물에 올라서 본 프라의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 붉은 지붕들로 이루어진 프라하의 모습이 아름답다. 나와 같이 이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 프라하 성에 오른 관관객들이 많다. 오가며 나누는 미소가 프라하에 번진다.
프라하 어디서든 보이는 성 비투스 대성당 앞에 섰다. 그 규모에 내가 압도된다. 무려 600년에 걸쳐 완성된 프라하 성의 상징이라고 한다. 저네 길이가 124m이고 너비가 60m, 첨탑의 높이가 100m나 된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4세는 카를 다리 뿐만 아니라 프라하 성, 성 비투스 대성당을 만들었다. 당대 최고의 독일 건축가 피터 파를러가 설계하도록 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라하에게 아름다운 감상을 선물 받은 나는 열심히 걸어다닌 덕분에 갈증을 느꼈다. 맥주를 마실 시간이다. 나는 신혼여행으로 프라하를 방문했던 친구 우형이가 추천해준 레스토랑을 찾았다. 오래된 호텔의 1층 PUB이었는데 체코 전통 음식인 콜레뇨와 맥주를 주문했다. 이곳은 양조장으로부터 신선한 Budweiser 맥주를 받아 판매한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Budweiser 맥주의 원조가 바로 이 맥주라고 한다. 미국의 Budweiser와 상표 분쟁이 있었는데 상표권 등록에 따른 문제로 분쟁이었다. 어쨌든 진짜 맥주를 맛보는 일이 나에는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의 족발과 비슷한 체코식 돼지 무릎 요리, 콜레뇨가 나왔다. 역시 첫 모습이 거대하다. 처음부터 다 못먹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어쩔 수 없다. 나는 혼자 왔다. 혼자 먹어야 한다. 생각보다 짜지 않아서 나는 만족스럽게 맛을 봤다. 그리고 드디어 맛본 Budweiser. 아, 이 맛은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밀맥주가 아닌 보리 맥주로 이 정도의 부드러움과 풍미를 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입과 목 안으로 쭉쭉 들이켠 후에 동공이 확장되는 느낌이랄까. 정말 맛있다.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켜고 Budweiser 흑맥주를 한 잔 더 주문한다. 아, 이것도 맛있다. 낮에 샌드위치와 마셨던 Kozel 흑매주와는 또 다른 맛이다. 사실 이게 더 맛있다. 더 진한 느낌이다. 황홀한 맥주맛에 반해서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쳤다. 숙소로 돌아오는 프라하의 거리가 여전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