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 입성하다
다시 프랑크푸르트를 떠난다. 드디어 유레일 패스를 개시한다. 나는 한 달간 유레일을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패스를 구입해왔다. 독일에서의 3주간 여행을 마치고 이제 남은 한 달간 동유럽 나라들을 여행한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유레일 패스를 개시하고 체코 프라하로 가기 위해 독일 뉘른베르크까지는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탄다. 원래 계획은 어제 프라하로 떠나는 것이었는데 일주일간의 유럽 연수 스텝 활동의 피로가 가시지 않아서 하루 더 휴식 시간을 가졌다. 연수 내용을 정리하는 일도 마쳐야 해서 하루 더 시간을 냈다. 덕분에 어제 연수 내용 정리를 마치고 오늘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이어간다. 쉬길 잘했다. 일을 마무리 해야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다. 한결 가벼워진 내 마음이 말해준다. 다시 충전된 기분으로 여행을 이어간다.
뉘른베르크에서 프라하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기차 도착시간과 버스 출발시간 사이에 10분 밖에 여유가 없어 버스타는 곳을 빨리 찾아야 했는데 다행히 중앙역 바로 앞에 버스가 보인다. 버스를 확인하고 배낭을 버스에 싣는다. 2층 버스 2층에 오르니 한국인이 많다. 10명은 한국인 듯하다. 프라하에 가면 한국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벌써 실감난다. 한 친구는 프라하에서 10미터마다 한국사람을 마주친다고 내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프라하에서는 호스텔에 묵지 않을 예정이다. 프라하에 3일 정도 머물 예정인데 한인민박을 예약했다. 이미 한국 여행객이 많은 도시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눠볼 생각에서다. 어제 숙소에서 검색한 한인민박에 자리가 있다고 해서 곧장 예약했다. 한인민박의 장점은 하루에 한 끼 또는 두 끼 한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식사를 포함한 숙박 요금이 일반 호스텔과 비교하면 그리 비싸지는 않은 편이다.
일주일간 독일에서 운전을 하다 버스에 오르니 운전했던 생각이 난다. 처음에는 떨렸지만 점점 익숙해지며 적응해나갔던 경험이 인생의 다른 경험들과 다르지 않다. 처음의 떨림을 설렘으로 추억하고 나중에의 익숙함은 풍요로움으로 간직하면 인생이 더 즐겁지 않을까. 약 6주간의 동유럽 여행에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기간을 한 나라에서 보낸 덕분에 새로운 나라로 향하는 마음이 매우 설렌다. 독일에서 오래 있었던 덕분에 나는 여행의 기술을 정비했고 여행의 마음가짐을 늘 새롭게 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여행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여행하는 이번 여행을 나는 계속 실천한다.
프라하로 향하는 버스에서 눈을 좀 붙이고 나니 어느덧 프라하에 도착했다. 프라하라니! 요즈음 관광지로서 프라하의 인기가 높아져서 그런지 괜히 더 설렌다. 프라하에서는 한인민박에서 묵을 예정이다. 한국 사람이 많다고 해서 호스텔에서 머무는 것 보다는 한인민박이 나을 것 같았다. 그곳에서 여행 정보도 얻고 가능하면 함께 이곳 저곳을 살펴볼 참이다. 숙소에 도착하니 친절한 사장님께서 맞아주신다. 함께 방을 쓰는 나보다 세 살 많은 형님도 기쁘게 맞아주신다. 형님은 휴가로 프라하에만 7박 9일 여행을 왔다고 했다. 이동으로 지친 몸에 잠시 휴식을 주고 밤에 형님과 함께 프라하 밤거리로 나섰다. 프라하에서의 첫 날이니 워밍업으로 가볍게 밤거리를 걸었다. 은은한 프라하의 야경이 아름답다.
가볍게 프라하의 밤 거리를 산책한 후 캔맥주를 사서 구시가 광장에 앉았다. 여기는 마치 여름 밤 유원지의 분위기다. 젊은이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하며 맥주를 마신다. 시간은 벌써 새벽 1시인데 시끌벅적하다. 숙소에서 먼저 묵었던 한국 분 한 명과 함께 세 명이 둘러 앉았다. 프라하의 밤하늘을 보며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다음날 아침, 나는 프라하에게 제대로 인사하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먼저 높이 올라가서 프라하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나는 70m 높이의 구시청사 건물에 오르길 마음 먹었다. 가는 길에 무하박물관에 들었다. 체코를 대표하는 아르누보풍 화가인 알폰세 무하의 작품을 감상했다. 아르누보 화가로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린 무하의 작품들은 신비로웠다. 박물관에는 연필로 스케치한 작품들도 있었는데 작품마다 신기하게 감상했다.
다시 구시청사 건물로 향한다. 구시청사 건물은 프라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자 구시가 광장의 명물이다. 이 건물에 천문시계가 달려있는데 관광객들이 매 시간마다 펼쳐지는 광경을 보기위해 몰려든다. 해골 모양의 인형이 종을 치며 시작되는 퍼포먼스인데 마침 정각이 가까워져 잠깐 관람하고 높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걸어올라 나는 프라하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했다. 안녕?! 프라하. 내 입에서는 “This is Praha”라는 말이 나왔다. 붉은 지붕들이 많은 프라하의 모습은 왠지 낭만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