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이처 박사의 생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유럽 숲교육 연수 일정을 이틀 남겨둔 일요일 저녁이다. 연수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요일에도 교육이 있다. 오전에 프라이부르크 흑림에 가서 자연학교 프로그램 교육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수 담당 과장님이 신나는 제안을 했다. 우리가 지금 독일의 왼쪽 남부지방에 와 있기 때문에 프랑스와 스위스가 가까운데 스위스는 내일 갈 것이고 프랑스에 갈 수 있다. 1시간 정도 달리면 슈바이처 박사가 태어난 마을에 갈 수가 있다고 했다. 다른 연수 참가자들과 함께 신속하게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차에 올랐고 나는 프랑스로 차를 몰았다.
여행에서 이렇게 갑자기 생기는 여행이 중간에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한 경험이 국경을 넘어가는 것이라니. 정말 짜릿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독일과 스위스 유럽 2개국 연수였던 것이 유럽 3개국 연수로 바뀌는 순간이다. 프랑스로 가는 길은 점점 고요해졌다. 정해진 선으로 보이는 국경이 없다. 라인강을 지나서 조금 더 달리자 휴대폰 위치 정보가 변경되고 로밍 안내 메시지가 연달아 울렸다. 그 지점이 국경이라는 점 말고는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점점 프랑스에 가까워지자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었다. 멀리 보이는 와인밭들이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그리고 왠지 점점 더 고요해지는 시골풍경이다. 이곳 시골의 풍경은 고요하면서도 깔끔하다. 우리나라의 시골이 토속적이고 정겨운 풍경의 모습이 많다면 여기는 다양하지는 않지만 깔끔하다. 그 깔끔함이 고요함의 분위기를 더 올려주는 것 같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가서 마음을 달래본 사람의 이야기를 어렴풋하게 떠올려 본다.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있으면 차분하게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드디어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주차 공간에는 캠핑카가 20여 대가 보인다. 천천히 여행하는 여행객들일 것이다. 열심히 아우토반을 달린 차를 세우고 마을로 들어간다. 오래된 그리고 조용한 작은 마을은 평화롭다. 오래되었지만 예쁜 색으로 칠해진 집들이 아름답다. 마을이 풍기는 분위기가 참 고요하다. 아기자기한 마을에 온 것 같기도 하고 동화 속에 온 것 같기도 하다. 천천히 마을을 걷는다. 상점의 창턱이 예쁘게 꾸며져 있는 곳이 많다.
카이저스베르크라는 이 작은 마을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있다.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해서 오는 길이 온통 포도밭이었다. 잘 정돈된 포도 나무가 끝없이 펼쳐졌다. 카이저스베르크는 과거에 프랑스와 독일이 영토분쟁이 여러 차례 있었고 지금 이 마을은 프랑스 국토에 속한다고 한다. 그래서 국경에 있는 마을에서는 프랑스어와 독일어 모두 사용하기도 한다는 점도 신기했다.
창문이 잘 꾸며져 있는 집들을 하늘과 함께 카메라에 담아본다. 하늘과 조화를 이루는 집들도 관광객에게 평온함을 준다.
나는 슈바이처 박사의 생가에 들렀다. 박물관이 옆에 붙어 있는 슈바이처 박사의 생가에는 조그마한 정원과 아주 작은 예배당이 있었다. 아주 천천히 둘어보았다. 알베르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1965) 박사는 독일계의 프랑스 의사, 음악가, 철학자, 신학자, 목사였다. 잠깐 그의 생애를 살펴본다.
카이저스베르크에서 태어난 슈바이처는 출생 당시에는 이 지역이 독일 영토였기 때문에 독일 시민권을 가졌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후 알자스 지방이 원래대로 프랑스 영토가 되어 그는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게 되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고 대학에서는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바흐 음악에 대한 연구를 하며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이자 연구자로 활약했다. 그는 30세에 아프리카 원주민이 의사가 없어 고통을 당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7년간 공부한 그가 의학박사가 된 후 사회활동가였던 아내 헬레네 브레슬라우와 결혼해서 아프리카로 건너갔다. 이후 의료봉사 활동을 전개했는데 1917년에는 프랑스군 전쟁 포로가 되어 프랑스 수용소에 감금되기도 하였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슈바이처 박사는 1952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상 상금으로 그는 나환자촌을 세웠고 그의 생애 내내 사랑를 실천했다.
여행에서 잠시 세계의 위인을 만난 기쁨도 크다. 아주 잠깐 만나는 시간이었지만 몰랐던 부분도 상세하게 알게 된다. 슈바이처 박사의 생애에서 그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깊이 느낀다. 이 마을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마을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배웠던 알퐁스 도데가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던 마을에 왔다. 마지막 수업의 부제가 '한 알자스 어린이의 이야기'라고 한다. 아담하고 고즈넉한 마을의 분위기가 문학적 정서를 높여준다. 알퐁스 도데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더 풍성해지는 기분이다.
갑작스럽게 달려온 프랑스의 작은 마을 카아저스베르크는 우리의 설렘을 평온함으로 바꾸어주기에 충분했다. 여행 중 잠깐의 여행이 이렇게 따뜻한 선물을 주다니. 감사할 일이다. 차가 없으면 오기 어려운 곳에 이렇게 수월하게 올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와보는 경험으로 여행이 더 충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