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근교 여행
프라하에서의 셋째 날, 나는 그 유명하다는 체스키크롬로프에 간다. 발음이 참 어렵다. 유레일 패스를 갖고 있는 나는 이 패스로 체스키크롬로프에 갈 수 있다. 좌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빈자리에 앉고 승무원에게 패스만 보여주면 된다. 나는 한인민박 사장님께서 해주신 맛있는 한식 아침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숙소를 나섰다. 중앙역으로 향한다. 플랫폼 찾는데 약간 애를 먹었지만 기차에 잘 올라탔다. 체스키에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총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소풍가는 기분으로 기차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아침에 숙소에서 싸주신 과일 몇 개를 입에 넣는다. 정말 소풍가는 기분이 난다. 무거운 배낭을 잠시 내려 놓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근교 여행을 떠난다.
아침에는 날씨가 흐리더니 가는 길에 비가 내린다. 3시간 정도의 거리차가 있어 그곳에 가면 날씨가 좋길 기대했는데 가는 길부터 비가 쏟아진다. 다시 마음을 바꿔 먹는다. 비가 오는 것도 괜찮다고 말이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감상하면 된다.
기차를 갈아타고 드디어 체스키크롬로프에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날씨가 맑아지고 있다. 기차에서 내려 동화의 마을 입구에 들어선다. 감사하게도 날씨가 갠다. 이제는 검은 구름이 아닌 흰 구름과 태양까지 보인다. 이게 웬 행운인가 싶다. 흐뭇한 마음으로 마을 안으로 들어 선다.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가벼운 것이 나에게는 아무 여행 정보가 없다. 근교 여행이기 때문에 여행 책자 몇장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알고보니 다른 곳을 찍은 것이다. 체스키크롬로프에 올 때 기차를 갈아타는 그 곳의 여행 책자를 찍어버렸다. 어쩐지 몇 장 안 되는 게 조금 이상했다. 그런들 어떠하리. 정보가 없어도 그냥 둘러보면 된다. 여행에서 나는 여행 정보를 너무 학습하지 않는다. 그 도시에 도착해서 그 도시를 느껴보고 이동하면서 필요할 때만 꺼내서 보는 편이다. 체스키(체스키크롬로프의 애칭)를 느껴 볼 마음으로, 다른 생각을 내려놓고 체스키를 감상한다.
우선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높은 곳을 따라간다. 높은 곳에 오르면 이 아기자기한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르막 길 중간에 아름다운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오른 곳은 체스키크롬로프 성 쪽이었는데 이 성은 세계 300대 건축물에 들어 있다고 한다. 성에 오르는 관광객도 보이고 마을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오르막 길의 꼭대기에는 정원이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나는 내려와서 마을로 향했다.
작은 상점들을 천천히 감상하며 마을을 둘러본다. 걷다보니 어느새 마을의 중앙광장이다. 중세시대의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파스텔 톤으로 칠해진 모습이 마치 동화 속에 온 듯하다. 작은 공원에서 전망 좋은 곳을 감상한다. 멋진 배경의 사진도 찍고 천천히 체스키를 감상했다.
작은 마을을 감싸며 흐르는 블바타 강에는 래프팅을 하는 관광객도 보였다. 비가 내린 직후라서 흑탕물이었지만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소풍나온 기분으로 작은 마을을 둘러보며 마음이 더 여유로워졌다. 아담하게 자연과 어우러져 예쁘게 꾸며진 체스키크롬로프가 고맙다. 비온 뒤 화창한 날씨를 선물해주고 아름다운 풍경도 선물해줘서 고맙다. 짧지만 여유 있는 소풍과 산책을 즐겼다.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마을, 체스키크몰로프를 감사하고 다시 프라하로 향한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동화의 나라를 다시 먼발치에서 바라본다. 다시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에 앉는다. 기차 시간이 여유가 있어 여기에 앉아 마을을 한참 더 감상했다.
기차역으로 가서 프라하로 가는 기차를 기다린다. 그런데 기차가 안 온다. 40분 정도 연착됐다. 중간에 갈아탈 기차도 놓칠 상황이다. 그래도 숙소로 돌아갈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다. 갈아타는 곳에 가까워 오자 내리는 사람들이 분주하다. 더 기다렸다가 다음 시간대에 있는 기차를 탈 줄 알았는데 연결 기차 연착으로 갈아탈 기차가 기다려줬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덕분에 바로 기차를 갈아타고 계속해서 프라하로 향한다.
기차 안의 풍경은 여행을 실감나게 한다. 미국인 단체 관광객들과 배낭여행객들로 붐빈다. 어떤 칸에서는 단체로 노래를 부르고 통로에는 배낭에 앉아가는 여행객들이 많다. 일찍 자리를 맡아서 앉아 있던 나는 주위를 바라본다. 창밖에는 넓은 들판이 따뜻한 햇볕에 일광욕을 하며 펼쳐진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기차는 적당한 소음을 내며 힘차게 달린다. 기차가 연착되서 그런지 왠지 더 빠르게 달리는 것 같다.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다른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반려견과 함께 금새 장난을 치며 재미있게 논다. 내가 탄 2등석의 칸에는 6명이 앉아 있다. 중년의 남성 두명은 계속 창밖을 바라본다. 다른 20대로 보이는 여성 두명은 책을 읽는다. 20대의 다른 여성은 논문을 읽는다. 형광펜과 빨간펜으로 논문에 줄을 쳐가며 읽는다. 나도 괜히 책이 읽고 싶어 진다.
여행 중 여행은 이렇게 다양한 풍경을 감상하며 마무리되고 있다. 왕복 6시간인데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썸머타임으로 해가 늦게 져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작은 동화 마을에 가볍게 다녀온 기분이다.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살짝은 고민했던 당일치기 여행이었는데 다녀오길 잘했다. 프라하에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추천했던 곳이다. 여행일정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서 마음편히 다녀왔다. 독일에서 프라하로 왔다. 그리고 다른 동유럽 나라들로 여행길이 예정되어 있다. 45일간의 꽤 긴 기간인데 벌써부터 시간이 더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