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말
이 글은 앞으로 써나갈 글에 대한 소개말이다.
<직장인의 기분>을 쓰고, 브런치북으로 묶은지 세 달만에 브런치 메인에 올라 뜻밖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3-4년차 직장인으로서 그간 느낀 것들을 글로 옮기며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즐거웠는데, 많은 이들이 읽고 공감해준 이 경험은 더욱이 내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직장인의 기분>은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도 계속 써나갈 계획이지만(아무리 말해도 할 말이 남는 것이 직장 생활이니), 당분간은 새로운 글을 써보려 한다.
직장에 대해, 사회에 대해, 이것 저것 불만 많고 의심 많은 나지만, 그 불만과 의심은 사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뢰에서 왔다고 느낀다. 기본적으로 사람과 세상을 아주 좋아하고, 그들을 믿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실망하지도, 불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실망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니, 이건 필연적으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을'의 위치다. 그러니 이 자주 슬프고, 아프고, 진절머리 나는, 뉴스에서는 경쟁하듯 나쁜 일들을 들려주고 익명 게시판에는 눈을 의심케 하는 글들이 범벅된 세상에서, 스스로와 주변에 대한 믿음이 위협받고 체념과 혼돈이 이어지는 세상에서, 흔들림 없이 자신을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진 이 세상에서, 애정과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슬아슬한 매일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대한 애정의 끈은 순식간에 툭, 끊어져 버리기도 하니까.
노력의 일환으로 좋아하는 인터뷰, 영상, 음악 등을 묶은 '인류애 회복 리스트'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다. 리스트에 오른 다정한 사물과 사람과 사건들은 계속해서 사랑스럽고, 그 사랑스러움을 전염시킨다. 그런 면에서 싫은 것을 싫다고,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좋은 것을 좋다고, 사랑스러운 것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다. 누군가가 오늘 놓칠 뻔한 애정의 끈을 이어주고, 그 기운과 태도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아주 아주 사랑스럽지 못한 세상에서, 아직 사랑스러운 존재들에 대해 쓰려 한다. 그들은 주변의 누군가이기도 할 것이고, 좋아하는 작가나 영화감독이기도 할 것이며, 사물과 공간, 작품과 기억이기도 할 것이다. 대상이 주변 인물일 경우, 대부분 가명을 사용할 것이고, 가능하면 인터뷰도 실을 것이다. 가끔은 순수한 감탄이, 가끔은 진지한 분석이 될 것이다. 그렇게 형태를 달리하며 세상의 다정과 사랑스러움을 비출 것이다. 비춰진 세상의 말랑한 조각이 더 많은 애정의 끈을 붙들어두길 바라며. 매일 버티고 있는 끈들에 힘을 보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