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go-round

01 めまい

by 김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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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때, 도서관을 돌면서 심리학 코너 도장 깨기를 했다.

학교 도서관에 심리학 관련된 책을 다 읽어서 동네 도서관을 갔다. 동네 도서관에는 더 어려운 책이 많아서 좋았다.

매달 용돈을 모아서 서점에도 갔다. 서점은 심리학 책이 굉장히 많고, 돈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책 고르기에 실패해서는 안 됐다. 심리학 코너 중 베스트셀러를 위주로 책을 사서 읽었다.

나는 말이 직설적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그 많던 친구들이 하루아침에 인사를 안 받아주는 사이가 됐다. 밥을 같이 먹는 친구는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친해질 수는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생각을 이전에는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알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일 일기를 쓰고 심리학 책을 읽었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하루도 빠짐없이 줄 노트에 일기를 빼곡히 몇 장씩 썼다.

그날 한 말과 행동, 이렇게 해야 했을까? 뭐가 맞지? 누구는 어떤 행동을 했다. 뭐였을까? 대답 없는 혼잣말이었지만 글쓰기와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혼란과 불안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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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었던 과는 건축과, 심리학과였다. 하지만 둘 중에 뭐가 더 좋은지 고를 수 없었다.

심리학과를 가는 것은 좋았지만, 심리학과를 졸업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감이 안 왔다. 그렇다고 심리 상담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고2 때 은사님이 글을 잘 쓰니 문예창작과를 준비해 보라고 하셨다. 내 모든 학창 시절을 통틀어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시고 배려해 주셨던 분이고, 어린 내가 보기에도 인품이 훌륭하시고 또 존경하는 분이었기에 그 말을 따랐다.


시인이 하는 글 학원에 다니며 문예창작과를 준비했다. 하지만 입시 결과는 좋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실기 시험장에서는 원고지에 글을 써야 했다. 나는 1년 내내 줄 노트에 내 마음대로 글을 갈겨 썼다. 시험 직전에 원고지 연습을 조금 하긴 했지만, 막상 시험장에 가서 원고지를 보니까 써야 할 글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두 번째 이유가 핵심인데, 글쓰기를 게을리한 탓이다.

글쓰기는 일단 초고를 쓰고, 그 후에 퇴고를 반복하며 수정하고 다시 쌓아가는 작업인데, 나는 처음부터 완벽한 글이 쓰고 싶었다. 부끄러운 글을 써가서 남들 앞에서 내 입으로 읽고 시인의 날카로운 지적을 받는 일은, 그들 앞에서 벌거벗는 것만큼 감당하기 힘든 수치였다. 그 수치심과 욕심에 과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세 번째 이유는, 나의 글쓰기 성향이었다. 어떤 것에 대한 의견이나, 관찰한 것을 사유하거나 비판하거나, 시사하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창작하는 글쓰기는 내가 좋아하는 글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나 소설은 정말 난해하고 어려운 영역이었다.


그렇게 입시를 말아먹고 대책 없이 스무 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