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은 사치지만..
영화도 영어가 문제구나..
우리 가족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종종 극장에 영화도 보러 다니고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공연장도 한 번씩 찾아다녔다. 그런데 캐나다에 와서는 아예 영화를 볼 생각조차 안 했더랬다. 한국 영화는 거의 상영을 안 하는 데다가 (토론토 같은 큰 도시는 한국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한다고도 하는데.. 여긴 외각이라.. T.T) 한글 자막도 없으니 나에겐 볼지 말지에 대한 선택 사항조차 아니었다. 그러던 중 몇 달 전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을 했고 친구들이 보고 왔다 하니 우리 아들도 보고 싶다고 한다. 딸은 무섭다고 안 본다고 하고 남편은 숙제하느냐 매일이 바쁘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아이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갔다.
극장은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기에 사실 영화를 즐기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다. 이곳 극장의 의자는 모두 리클라이너 의자라 앞뒤 간격도 넓고 좌석을 눕힐 수도 있어서 정말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볼거리가 많은 영화이니 우리는 3D로 표를 끊어 영화를 봤는데 금액도 어른 기준 CAD16 정도라 엄청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이 영화금액에 세금+온라인 예매 수수료가 따로 붙는다. 모든 것에 세금이.. 진짜 후들후들...)
리클라이너 시트~ 정말 편하다~!!역시나 영어는 문제였고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화려한 영상미와 조금은 들리는 영어를 느끼며, 그리고 이해 안 되는 건 아들에게 물어가며 어찌어찌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보고 나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 영어로만 들리는 영화도 볼 만 한데?? 영화도 좋았지만 외국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냥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을 자주 검색하게 되었고 <BTS 부산 콘서트>를 이 극장에서 상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칭 아미인 우리 딸을 위해 급히 예약하고 (BTS 인기가 어마해서 정말 빨리 매진되었다) 캐나다 극장에서 BTS 콘서트를 보는 진귀한 경험도 해보았다.
정말 재미있는 건 아미밤을 들고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외국인들과 함께 이 콘서트를 관람했다는 것. 진짜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보고 싶어 하는 <The Super Mario Bros Movie>를 보러 또 극장엘 다녀왔다. 이제 캐나다 극장쯤이야~!! 애니메이션을 봐도 극장에서 보니 더 재미있는 듯한 이 느낌.
우리는 이렇게 또 새로운 경험치를 늘려갔다.
어느 날 인스타를 보고 있는데 런던에서 <Disney On Ice>를 공연한다는 광고가 떴다. 한국에서 못 본 아쉬움이 있었는데 잘됐다 싶어 세 달 후에나 있는 이 공연을 예약했고 런던 다운타운에 있는 Budweiser Gardens로 공연을 보러 갔다. 예쁜 디즈니 공주옷을 입고 온 아이들 틈에서 큰 아이들을 데려가는 내가 조금은 민망했지만 그래도 내가 보고 싶은 거니까 꿋꿋하게 공연장엘 입장했다. 아이들이 보는 거라고 툴툴대던 우리 아들은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정말 재미있었다며 엄마 고마워를 외치고 있었다.
공연 연출도 내용도 분장도 노래도 정말 완벽하게 좋았던 이 공연. 정말 디즈니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실감 나는 캐릭터들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 익숙한 디즈니 노래들을 어찌나 잘 부르는지 귀도 호강하는 시간이었다. 스케이트도 정말 잘 타고..
캐나다에 있으면서 사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큰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돈을 들이는 문화생활은 하려고 생각도 안 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이런 것들을 접하고 나니 한 번씩은 아이들도 나도 좋은 영화나 공연들도 접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를 확장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경험을 늘리기도 하는 것이고 공부하는 아이들의 머리를 식혀 주기도 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런던으로 좋은 공연이 많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