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올해 9월이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현재 한국 나이로는 중학교 2학년인데 여기는 학제가 초등학교 8년, 고등학교 4년이다 보니 (크레딧이 모자라면 1년 더 다닐 수 있다) 한국에서보다 고등학교를 빨리 진학하게 되었다. 학제도 캐나다 주마다 차이가 있는데 내가 있는 런던은 미들스쿨이 없다 보니 고등학생이 빨리 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은 학생비자가 아닌 비지터 비자로 체류하기 때문에 학교는 집주소로 배정된다. 밴쿠버에 있을 때는 학생 비자로 있었기 때문에 집 위치와 상관없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비지터 비자는 큰 예외 없이 집주소 배정이다. 한 가지 예외 사항이 있다면 영어 ESL의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학교가 멀어도 ESL과정이 있는 학교로 우선 배정이다. 우리 아이들은 여기에 도착해서 초등학교 입학 전 ESL 테스트에서 통과를 하여 학교에서 ESL수업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도 그 과정을 안 들어도 된다고 해서 고려 사항은 아니었다.
집에서 배정이 가능한 학교는 두 군데가 있다. 보통 캐나다에는 일반 공립 교육청과 가톨릭 교육청 두 군데가 있기 때문에 두 교육청에 소속된 두 학교로 배정이 가능하다. (사립은 학비를 지불하면 위치 상관없이 입학 가능하나 우리는 남편이 학교를 다니고 있어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되니 굳이 사립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 처음 올 때 공립 고등학교 학군을 보고 집을 선택했는데 와서 학교를 다녀보니 가톨릭 학교들이 우리 아이와 잘 맞을 듯했다. 가톨릭 학교들의 규율이 일반 학교보다 더 강하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규칙에 어긋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것을 잘 지키는 친구들과 있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을 듯했다. 또한 한창 옷에 대해 신경 쓸 나이인데 여기는 교복이 있어 옷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른이 보기에는 학생스럽고 깔끔해 보일 듯도 싶고. 그리고 채플 수업을 들으면 아이 인성 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공립 학군이 워낙 좋은 곳이라 우리는 공립과 가톨릭 중 어디가 좋을까 많은 고민을 했고 마침 각 학교마다 설명회가 있다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왔다.
설명회 전 음악을 연주하는 학교 밴드 아이들
한국에서 학원 설명회를 여기저기 많이 쫓아다녀 봤으니 어떤 면을 집중해서 들으면 좋을지 미리 생각하고 갔으나... 영어로만 진행되는 설명회는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전반적인 분위기도 보고, 학생들과 선생님의 표정도 보고 대화도 해보고 했더니 이 학교는 이런 곳이겠다 하는 느낌이 조금씩 들었다.
여기 고등학교는 학국 대학교처럼 자기가 원하는 수업을 신청해서 교실을 찾아다니는 시스템인데 그래서 각 과목의 교실들을 오픈해 두어서 교실도 보고 어떤 수업을 하는지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캐나다의 고등학교는 내가 직접 경험해 본 적도 없고 아직 아이들을 통해 들은 것도 없지만 이렇게 둘러보기만 해도 직접 체험하고 몸에 익히는 수업들을 많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워낙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어서 설명회만 참여했는데도 내가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클럽 활동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직접 안내판을 만들어 설명했는데 공부만이 아닌 운동이나 개인 역량을 개발하는 점에도 애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아이는 축구에 푹 빠져있는데 고등학교에 가면 축구 클럽을 해야겠다고 얘기했다.
학교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학생들. 멋지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다니는 학교인 만큼 신중하게 학교 선택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세 군데 정도 설명회를 가보았는데 정보도 많지 않고 다 좋아 보이기만 해서 정하는데 정말 고민고민을 했다. 아이와도 많이 대화를 하고. 학교마다의 장단점을 얘기해 주고 직접 가서 보기도 했으니 아이가 하는 결정에 따라주는 게 맞는 듯하여 아들이 원하는 곳으로 원서를 넣었다.
아들은 아시아인의 비중이 큰 학교는 워낙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이 많아서 심적으로 부담이기도 하고 특정 나라의 아이들이 많이 있는 것보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아이들이 많은 게 낫다고 얘기했다. 아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다닐 학교를 자기가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이 학교를 다님에 있어서도 더 나을 듯하여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이제 초등학교 생활도 두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아이는 정말 아쉬워하고 있으나 설명회를 다녀와보니 새로운 학교에서도 지금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하는 믿음이 생긴다.
미리 다닐 학교를 오픈해서 설명도 듣고 커리큘럼 소개도 하고 하니 아이들이 학교에 대한 기대감도 생기고 학부모도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보다 좋은 것 같다. 이번에 설명회를 다녀와보니 여기에서의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아이의 고등학교 생활이 정말 기대가 된다. 여기에서 공부를 시키는 것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 늘 물음표를 가지고 지내고 있는데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서도 잘 지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