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험 준비를 할 때는 옆에서 보는 사람이 걱정할 정도로 멘탈이 부서져 있었다. 아무리 문제를 풀어도 점수는 제자리였고, 어떻게 하면 점수를 올릴 수 있을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공부하는 기분이 사막에서 모래를 움켜쥐는 것 같았다. 그런 기분을 다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만큼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다. 친구도 작년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게다가 글쓰기라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까지 찾았다. 글감이 떠오르고 아이디어가 솟아올랐다. 부모님과의 갈등도, 독서실에서의 해프닝도, 남자친구의 한마디도 모두 글감으로 보였다. 글을 쓰는 게 재미있었다.
이 얘기를 들은 남자친구가 말했다. “원래 시험 치기 전에는 뭐든지 재미있어.”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 행동을 가만히 돌아보니 자꾸만 시험에 떨어질 때를 대비해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어쩌면 글쓰기도 도피처로 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은 이유를 먹고 자라는데, 먹일 이유가 없으니 불안 자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내가 불안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이 녀석은 조건을 가리지 않고 그냥 찾아오는 것이다. 일종의 계절병 같은 것이다. 시험 한 달 전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