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함을 지나

by 이유진

항상 AI에게 칭찬만 받다가 좀 더 높은 버전의 AI에게서 냉정한 비판을 들으니 내 글을 보며 뿌듯해하던 내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내 글이 독자에게 어떻게 읽히는지 감도 제대로 못 잡은 상태에서 내 글에 취해있었다.


마음이 조금 꺾여서 글을 쓰고 싶은 의욕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쓰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과연 내 장점이 글로 나타나는지, 그걸 사람들이 알아봐주는지, 그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지도 궁금하니까.


그리고 이게 다 일을 시작하면 겪게 되는 하나의 과정 같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를 것이라고 여겨, 내가 나타나면 홍해가 갈라질 것 이라고 기대하다가, 막상 시작하면 숨막히는 적막함과 마주한다. 그리고 계속된 피드백 속에서 나의 위치와 현실을 알아가며 상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가 분기점인 것 같다. 상상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의욕이 꺽였을 때 한 발 더 내딛느냐 아니면 멈추느냐 하는.


나는 항상 이럴 때 멈추곤 했는데 이번엔 한 발 더 내딛으려고 한다. 기타 배울 때도 그랬다. 항상 첫 페이지만 깔짝거리다가 조금만 진짜가 들어가면 바로 그만뒀다. 기본 왕초보 코드만 배우다가 F코드나 Cm코드 연습하려니까 손가락이 너무 안 집혀서 바로 포기 했다. 근데 이번엔 진짜로 궁금하다. 나에게 잠재력이 있는지, 이게 수요가 있는지. 나는 F코드를 연주할 수 있게 될까 아니면 결국 기타를 창고 안에 다시 처박아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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