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패트병이 된 날

by 이유진

오늘로 관리형 독서실 등록기간이 끝났다. 사장님은 연장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그냥 그만두겠다고 했다. 짐을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해방감이 들었다. 짐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출소하는 기분이었다.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았는데 뭔가 끝난 느낌이다.


2년동안 관리형 독서실을 스케쥴 안에서 공부했다. 아무리 휴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약속 하나 잡는데 많은 조율과 계산이 필요했다. 1박 2일 여행은 꿈도 못 꾼다.


게다가 공부시간에 공부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내가 계획한 공부량이 끝나면 남은 시간동안 억지로 앉아서 멍 때려야했다.


요즘 글쓰고 다듬는데 취미가 붙어서 혹시라도 중간에 글감이 생각나면 바로 풀고 싶은 욕구가 솟아올랐다. 그런데 그걸 못 하니 꾹 참고 공부를 해야했다. 붙잡힌 생각들은 흘러가지 못 했고, 그 사이에 글도 못 쓰고 공부도 못 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된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또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낸 공부량은 혼자서는 절대 못 해냈을 양이었다. 관리형 독서실은 분명 어떤 면에선 자유를 제한하고 억압하는 곳이었지만 반대로 에너지를 주는 곳이기도 했다. 동기부여, 에너지는 어쩌면 억압과 제한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이제는 그 억압 없이 에너지를 혼자서 채워야한다. 지금의 나는 빈 패트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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