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하루

by 이유진

관리형 독서실을 그만두고 혼자 공부한 지 4일째다. 생각보다 생활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공부 계획은 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해낼 수 있는 만큼만 짠다. 이건 관리형 독서실에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은 시간을 중심으로 관리되는 곳이었지만, 나는 시간을 채우는 공부가 아니라 계획을 지키는 공부를 해왔다.


관리형 독서실에 다닐 때는 계획을 다 끝내고도 남은 시간을 억지로 채우느라 에너지를 썼다.


그 습관이 남아서인지, 혼자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할 때도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계획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쉬는 시간 없이 공부해도 지친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할 일을 마치면 바로 집에 돌아온다. 그 덕분에 공부할 때도, 집에 와서도 에너지가 조금 남는다.


하루를 마칠 때 여유가 남아 있으니 다음날도 훨씬 가볍다. 순풍을 탄 배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게 된다. 이런 시간을 단 일주일이라도 보내본 적이 있었던가.


내 인생에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크다. 애쓰는 하루가 아니라 흘러가는 하루를 살아볼 수 있는 건 큰 경험이다.


패트병에 물을 채워야 할 줄 알았는데, 물의 흐름을 따라 패트병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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