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상태'

by 이유진

나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느낄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 시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할 때, 혹은 누군가에게 설명을 덧붙일 때 그 감각은 더 또렷해진다. 정확한지 아닌지는 그 순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이해하고 있다’는 상태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사실을 원하는 게 아니라, 상태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상태는 불안하다. 무엇이든 열려 있고, 내가 틀릴 가능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 언제 어떤 것이 변할지 모르는 상태. 반면 알고 있는 상태는 닫혀 있다. 정리되어 있고, 말할 수 있고, 잠깐이나마 세상을 내 틀 안에 넣어둘 수 있다. 그 안에서는 내가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통제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아는 척’을 한다기보다, ‘알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근거가 부족해도 말을 이어가고, 확신이 없어도 문장을 완성한다. 말하는 동안에는 내가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설명하는 사람이 된다.


알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는 소망은 점점 짐이 된다. 내가 아는 것은 많지 않은데,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면 결국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는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밀어내고, 정리되지 않는 것들은 불편해진다. 그렇게 하나씩 걸러내다 보면, 남는 건 생각보다 좁은 세계다. 나는 그걸 견디지 못해서 계속 닫힌 쪽으로만 가려고 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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