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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제이 Aug 17. 2022

변곡점

33.3세를 지나며

오늘 아침에 카드 리딩을 연습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내가 뽑은 세 장의 카드는 다음과 같았다.

Sisterhood of the rose, Share your voice, Trust your path. 


나는 최근에서야 삶을 살고 길을 떠난다는 것이 혼자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마찬가지로 사랑은 나누는 것이 본질이며 달리 말하면 나누지 않는 삶에는 사랑이 찾아들지 못한다. 열리지 않은 문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없고 따라서 나갈 수 있는 것도 없다. 외롭게 큰 사람들은 대부분 삶은 결국 혼자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삶의 변화하는 양상을 잘 따라가다보면 그 굴곡이 일어나는 지점은 늘 다른 이들과의 접촉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도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때로 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면 철컹 무언가 잠기는 듯한 느낌이 들고 대개의 경우에 그것은 불안이 내리는 극단적 처방이다.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너를 우습게 볼거야, 널 싫어할거야, 너는 이미 저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 네가 누구인지 알아도 저 사람들이 이 방에 앉아있을까? 그러나 나는 이러한 목소리들이 진실이 아닌 것을 안다. 이것을 알게 된 역사도 길지 않다. 나는 여자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나는 어떤 종류의 대화든 남자와 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꼈는데, 그것은 남자와 이야기하는 것은 성적인 매력을 통해 아주 쉽게 이루어져야 하는 반면 여자와의 대화는 진정한 커넥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와 하는 대화가 진짜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여자와 하는 대화만큼 진짜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예외도 존재하지만, 그런 예외를 찾는 것은 일생에 여러번 일어나지 않는다.


내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은 쉽다. 지식이나 취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더더욱 쉽다. 나의 행복이나 불행을 나열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또한 나 스스로 내 이야기를 꾸며대서라도 흥미롭게 보여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들 때도 있다. 흥미롭고 진중하지만 한편으로 가볍고 즐거운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늘 그런 사람을 꾸며대기에 나는 조금 지쳤다. 그러나 이것은 대화를 일방적인 이야기 전달의 매개채로써 떠올리는 것에 불과하다. 대화는 사랑과 마찬가지로 나누는 것이 본질이다. 당신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You don't raise your voice) 목소리를 나눈다 (You share your voice).  


믿을 수 있고 바른 길에 생각을 둔 여자들과 이야기를 하면 내 머릿속이 밝아지는 느낌이 든다. 자아를 꾸미지 않고도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여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더욱 그렇다. 나는 그들 앞에서 멋질 필요 없고 좋은 이야기나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일장연설하지 않아도 된다. 우울하고 힘든 이야기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무드를 살피며 조심스레 꺼내놓을 필요없고, 행복한 일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행복을 전시하는 것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나는 최근 여성들의 서클 (Women's circle) 을 열었다. 문사이클에 맞추어 요가원에서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을 만나 생각을 나눈다. 주최자로서 많은 이야기를 해야 했지만 듣는 것이 더 즐거웠다. 사람들은 가볍게 '사람들 하는 생각은 모두 같구나'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비슷한 사람들이 만났기 때문이다. 


카드 리딩에서 읽어낸 것이 이것이었을까? 나는 확실히 인생의 변곡점 위에 있다. 나는 지금 내가 겪는 앞으로의 몇 년이 내 인생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을 안다. 그리고 나는 그 방향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100% 알고 있다. 


요새는 매일 아침 5:30에 일어나 일기를 쓴다. 새벽동이 터오는 것을 보면서 아무 얘기나 막 적는다. 두서도 없고, 가끔 펜이 안나오면 왜 씨발 펜이 안나와 이런 말도 쓴다. 그리고 나는 놀랄 만큼 솔직한 이야기들을 쏟아놓는다. 나의 중독 이야기, 나의 생활과 내가 겪는 모든 감정적인 회오리, 행복에 대한 감사와 지난 날에 대한 후회. 그러나 또 다른 자아가 튀어 나와 이야기를 수습한다. 너는 이 모든 것을 알고 과거로 돌아가도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너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더 잘 할 수 있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너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 그 때의 자세한 상황과 너에게 주어졌던 옵션들이 기억나지 않을 뿐이야, 라고. 


사실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먼저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바르지 않은 길에 올라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은 완전히 옳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냥 열심히 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들어오는 감정과 생각을 잘 구별하고, 그러나 그들을 무시하지 말고, 직감에 따라. 언제나 정제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전혀 없다고, 가끔은 미친척하고 새로운 일을 하고 내 안의 Wilderness를 잘 살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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