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과 이성의 경계
세상에 제일 어려운게 인간관계이고, 내 마음대로 다 부리고 살수 없는게 감정이다.
내가 느낀대로 다 표현하고 살면 속이 시원하겠지만, 우리는 거절당할까봐 늘 조심스러워한다.
화(Anger), 꼭 참고 살아야 할까? 혹은 화내며 살아야 할까?
<이상한나라의 앨리스>에는 '화'에 대해 2가지 관점 모두 나온다.
'화를 내고 살아라', '화를 참고살아라' 라고 직접적인 언급하는 것은 없지만, 이야기를 통해 화내는 자와 그렇지 않는 자의 차이를 알게 된다.
그래서 <이상한나라의 앨리스> 이야기와 루이스 캐롤라이 작가가 놀랍게 느껴진다.
앨리스가 길어진 목을 우아하게 구불구불 늘어뜨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머리를 쑥 밀어 넣었다. 그때 어디선가 쉭 하는 소리가 들려와 앨리스는 얼른 목을 빼고 물러섰다. 크나큰 비둘기 한 마리가 앨리스의 얼굴을 향해 세찬 날개짓으로 내리쳤다.
'이놈의 뱀!' 비둘기가 소리쳤다.
'난 뱀이 아니야! 그만해!'앨리스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뱀이야, 뱀!' 비둘기가 되풀이해 말했다.
'난, 그냥 작은 여자아이일 뿐이야' 앨리스가 말했다
'아니야! 넌 분명 뱀이야. 아니라고 우겨도 소용없어.' 비둘기가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
이상한 나라에서 버섯을 먹고 목이 길어진 앨리스는 뱀이라고 오해를 받는다. 비둘기는 뱀을 피해 둥지를 이렇게 저렇게 옮겨보았지만 매번 뱀한테 당했다. 그래서 마지막 방법으로 높은 나무 끝으로 둥지를 옮겼는데, 앨리스가 나타난 것이다.
뱀은 매번 애써 품을 비둘기의 알을 홀라당 먹어버렸다. 이것이 야속하고 당한 것이 분한 비둘기가 뱀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앨리스는 뱀이 아니었음에도 목이 길다는 이유로 뱀으로 오해하고 공격했다.
비둘기의 화가 나쁘다 좋다 이야기 하기 전에 비둘기의 화는 본능에 의한 것이다. 비둘기가 겪었던 이전 경험들이 이 상황을 잘못 이해 하게하고 제대로 판단할 겨를 없이 반응하게 한 것이다. 비둘기는 반응에 충실했고, 다시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앨리스가 모자장수와 3월의 토끼가 있는 식탁에 앉았다. 이 식탁에 같이 동참한 앨리스에게 모자장수가 말을 걸었다
'넌 머리를 좀 자리지 그러니.'한참 동안 호기심 어린 눈길로 앨리스를 바라보던 모자장수가 입을 열었다.
'남의 프라이버시를 건드리는 건 아주 무례한 행동이에요' 앨리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모자 장수는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까마귀랑 책상이랑 뭐가 닮았을까?'
앨리스는 이 모자장수의 질문에 답을 하겠다고 대답하고 애쓰는 상황이 이어진다. 잠시 앨리스의 대답에 모자장수의 반응을 다시금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 모자장수는 감정적인 동요가 일어난 상태였다. 놀라고 당황한 것과 더불어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모자장수는 곧 진정을 하고 앨리스에게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한다.
이것은 마치
'누구는 이렇게 자신의 실속을 차리는데 넌 뭐하는거니? (한심하게)'라는 말에
'이 반찬 뭐에요? 참 맛있어요. 내일 또 해주세요'와 같이 다른 질문으로 화를 내지않고 핀잔을 받아친 상황이다. 화내야 소용없음을 아는 사람들은 말을 아끼거나 다른 반응으로 넘어간다. 즉 그것은 노련함의 반응이자, 이성으로써 순간적인 화를 이겨낸 것이다.
좋다, 싫다와 같은 감정이 본능이듯 이에 따른 감정인 화 역시도 본능에 의한 것이다. 그 화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은 순간적으로 상대와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 이해로부터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화에 대한 '화를 낸다. 안낸다'의 반응이 아니라 삶의 질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다.
비둘기는 늘 알을 뱀에게 먹혔던 상황을 겪었기에 인내, 이성을 잃었다. 그래서 습관처럼 화를 내고 반응을 한다. 비둘기의 삶을 뭐라 비난 할 수 없지만 쉽지 않게 살아갈 것이라는게 별보듯 뻔하다.
반면 모자장수는 어떻게 화를 이겨내는 방법을 익혔는지 알수 없지만 자신의 화를 스스로 누그러뜨리는 방법을 터득하였기에 누구와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다. 본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화를 조절할 것인가?
사실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 화를 조절하고 싶다고 안드러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화가 나면 표정으로부터 드러나니 스스로도 화를 내는 습관이 들었나 싶을 것이다. 그래도 인간관계에서 본인의 감정만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화를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든 습관 그래서 화라는 본능이 먼저 반응했다면....
- 본심을 당당히 표현한다. 왜 그런 감정에 생긴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말한다. 내가 책임져야 할 내 감정이다. 그렇다면 드러난 감정이 무엇 때문인지 상대가 이해할 만한 나의 상태와 상황을 이야기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비록 화를 내긴 했지만...
- 나의 상황처럼 상대의 상황도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사실 화라는 건 영 모르는 사람에게 드는 감정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든 불쾌감이라면 그냥 무시하면 된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관계라는것이 충분히 만들어져 있기에 생기는 감정이라는 알아야 한다. 화는 서로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생기는 방어적인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매너를 지키는 것이다. 매너가 없어지는 순간을 만들지 말자. 음식도 날것으로 먹으면 체하듯이 감정도 날것인채로 부딪히면 상처가 나기 쉽다. 매너를 지킴으로써 감정을 부드럽게 이해하고 감싸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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