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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Lee yujin Dec 17. 2016

실수가 나의 뒷다리를 잡을때

조승연이 말하는 '펜싱에서의 투셰의 의미'

네가 한 실수는 무엇이고,
그렇게 된 이유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뭔지 말해줘봐


상사의 주문이다.

수개월동안 애썼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가는데...

운영상의 놓친 부분이 드러났다.

실수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해결방법보다 왜 이런 실수가 일어난 것이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해경방법이 아닌 실수에 초점이 맞춰진 이 대화가

나의 잘못을 자꾸 들춰내려는 것처럼 느껴져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과거 대기업 전자회사에 다녔을때 프로젝트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포스트모템이라는 것을 했다.

이 말은 '사후 부검'이라는 뜻으로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개선할 점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말의 뜻만큼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죄인처럼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 했던 그때의 분위기

그 책임을 물었던 상사의 질책

우리의 팀장이 죄인이 되어 서있는 모습


왜 잘한 것들을 칭찬해주지 않는 걸까를 생각하며

함께 고생하며 만들었던 팀원으로써 화도나고 속상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래서일까? 그 안좋은 기억때문에 이번 상사의 주문이 포스트모템처럼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JTBC <말하는대로>라는 버스킹 야외 강연에 '조승연'의 강연었다


펜싱에서 투셰의 의미

펜싱은 칼이 빠르기 때문에 찌른 사람도 상대를 찔렀는지 모른다.

그래서 전기 스코링 장비를 통해 칼이 닿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그렇다면 과거의 펜싱은 어떻게 승자와 패자를 구분했을까?


조승연은 전통방식의 펜싱이 배우고 싶어서 나이 많은 스승을 찾아가 펜싱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분은 전기스코링 장비는 "펜싱의 정신에 어긋난다" 그래서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펜싱의 정신이란 무엇일까?

더불어

어떻게 점수를 매기는 것인가?


칼이 워낙 빠르기에 찌른 사람도 제대로 찔렀는지, 빗겨갔는지 잘 파악하기 어려운데...

그런데 단 한사람만큼은 점수가 났는지 안났는지 아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심사위원도 아니고, 노련한 코치도 아니고

바로  칼을 맞은 사람이다


축구에서는 공이 골에 들어가면 "골인"이라 외치지만

펜싱에서는 득점을 하면 "투셰"라고 외치는데,

이 말은 찔렀다가 아닌 찔렸다를 의미한다


펜싱에서의 채점은 득점한 사람이 아니라
실점한 사람이 손을 들고 상대편에게 점수를 주는 것이다


즉,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점수를 내주지 말아야 하는데,

상대에게 '나 찔렀소' 라고 이야기 해야하는 방식으로 득점을 하다니..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일까?


옛날에는 펜싱이 하나의 무예였다.

무예의 목적은 무공을 쌓아서 적에 대해 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 그 무공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에 쌓이는 것이냐?


투셰라는 말을 할때 쌓인다는 것이다.
내가 맞았다. 내가 잘못했다. 라고
나의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
그때 내 무공이 한단계 올라간다는 것이다.

다시금 궁금한게 이어진다

만약 이기기 위해 투셰라는 말을 외치지 않는다면 그럼 어떻게 될까?

이때 지혜로운 스승은 이렇게 되묻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한다


그러면 그때 손해보는 사람은 누구냐?
바로 너다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궁금해진다

싸움은 왜 하는 것일까? 


싸움은 이기기 위한게 아니라
견주어 보고 견제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공을 쌓고 싶다면

패배를 인정해야한다


조승연의 강연을 쭉 들으면서 실수에 갇혀있던 내 머리속의  새로운 생각으로 조합 되는것 같았다

펜싱 이야기는 내가 겪은 실수에 대한 생각과도 상통했기 때문이다


실수를 인정하기 싫다면 맘대로 해라

그렇게 했을때 누구 손해냐?

바로 나다!


실수를 언급하기 싫어한다면

나를 이해하고, 일을 이해하고, 좀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머리를 한대 맞는 듯했다

기분 나빠해야할게 아니었다


남에게 실수를 인정하고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같은 경쟁사회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괜찮은 모습을 어필하고

자신의 쓸모와 성과를 드러내는 것이 당연한 시대이다.

이기는 것이 경쟁에서는 유리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패자보다 승자를 더 좋아하고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 실패의 프레임을 넘어 진짜의 성장에 대해 생각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펜싱 투셰의 순간 얻은 상처처럼

실수라는 찔린 몸의 감각을 기억하며

미숙했던 자신을 생각이나 행동을 나아질 때까지 훈련해볼 수 있다면

익숙함에 갇혀 새로워지거나 성장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달라지지 않을까?

다가 실수, 실패의 계기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겨루기를 하지 않는이상 말이다


조승연의 강연 링크 참고)

http://voda.donga.com/view/3/all/39/797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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