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향 Aug 25. 2023

역경은 나만의 고유함

싱글맘 고군분투기

싱글맘 삶은 순조롭지 않았다.

이혼하면 관계는 끝날 줄 알았고.

행복하게 살 것 같았는데.

면접교섭권 법정 다툼으로 신경성 두통과

복통이 빈번하게 찾아왔다.


아이와 사는 곳이 시내와 떨어진 외진 곳이었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고 가까운 거리는 마트만 있었다.

퇴근하고 어린이집에 가는 길이 으슥하다.

선생님에게 둘러싸여 홀로 앉아 있는 아이가 창문 사이로 보인다.

아이 데리러 갈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다른 친구들처럼 직업을 가족이 도와줄 수 없으니

미안했다.

하루종일 영업 다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 손을 잡고 깜깜한 길을 투벅투벅 걸어간다.


오늘 어린이집에 잘 놀았어?

뭐 하고 놀았어?

아이가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물어볼 힘이 나지 않았다.

침묵으로 아이 손을 붙잡고 걸어간다.

내 삶이 고단하니 육아도 의무감으로 하느라

즐겁지 않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어린 시절 가정환경이 중요한 것처럼.

어린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받고 자란다.

자녀는 부모의 안내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

하다.


부모님이 계셨지만 소외된 느낌을 받으며 자랐다.

외로웠다.

일찍 철이 들어 눈치 보면서

원하는 것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했다.

동생들을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과외를 하며 공부를 이어갔다.

단 한 번도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었기에.

동생과 차별을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아이가 떼를 부리면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다.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었지만

안아주는 것조차 어색했기에

딸은 엄마에게 사랑을 확인하려 했다.

엄마 안아줘 안아줘를 자주 반복했지만

형식적으로 안아줄 뿐 진심이 없었다.

엄마의 결핍이 결국 아이에게 전해졌던 걸까.

나처럼 만들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정신이 번쩍 났다.

놀이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고,

교회 집사님의 추천으로 청소년 상담 복지센터

를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이가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 기 위해서는

부모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들으면

섬뜩해진다.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니깐

내 상처를 아이에게 고스란히 물려줄 수는

없었다.

상담받으며 엄마 사랑을 받지 못해

아이가 잘 자라지 못하고 있었구나.

애정결핍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또다시  느끼며.

평생 엄마는 배워야 한다는 걸.

단 한 번에 변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평생 그 모습으로 살아왔기에 엄마의 변화는

쉽지 않다.

나 왜 안되지라고 자책하지는 말자.

자각하는 사실로 나아지고 있다는 거니깐.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엄마도 반걸음씩 나아가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겠지.




쉼터 선생님의 초대로 아이와 가끔씩 놀러 간 적이 있다. 

입소자와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며 지냈다.

내가 지냈던 곳이라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내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같은 처지로 서로 의지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대부분 엄마는 이혼 후 자립을 걱정한다.

주부로 살아왔는데 뭘 해서 아이와 먹고살아야 하지.

아이는 혼자 키울 수 있을지.

누구나 해보지 않은 것은

걱정이 앞서고 두렵기 마련이다.

아이가 옆에 있었기에

내가 가장이기에 모든 것을 책임지고

앞장서서 추진해 나가는 힘이 되어줬다.


아이가 옆에 있어 고맙다.

엄마로 살아가게 해 줘서.



J언니는 부모님이 지원해 준 돈으로

전세를 구했다.

든든한 부모님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언니와 친해져 아이들 데리고 자주 놀러 다니기도 했다.

이혼 후 관계도 정리가 되었다.

친구도 가족도 연락을 끊고 지냈던 터라

서로 같은 상황인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


J언니는 명품가방을 좋아하고  

자신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대부분 명품 가방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명품보다 저렴하고 편한 옷, 수수한 옷차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서로 스타일이 다른 것뿐인데

자존감이 낮았을 때라 화려하게 보이는

언니와 비교하는 내 모습이 작아졌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자기 다운 모습인데.

비교는 나를 우물에 가두고

초라하게 만든다.


내가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나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혼자 힘으로 일어나는 과정은 귀한 경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은 살아온 환경, 가치관이 다르고

나와 다른 사람의 인격체이다.

나만의 고유함으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내가 경험했던 모든 역경은

나만의 고유함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로.

모든 경험이 쌓여 걸어온 발자취가 나이기에.






7년 전 일입니다.

2020년 초고 써둔 것입니다.


브런치에 용기 내어 꺼내 놓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혼을 하고 0에서 시작해

열등감, 우울, 불안, 트라우마를 이겨내며

제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용기와 응원 주시는

구독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몸이 보내는 갱년기 신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