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윤 Dec 05. 2021

베를린 PM 이직기#5. 대망의 최종 면접을 통과하자

베를린에 본사를 둔 회사들 3곳의 최종 면접 경험을 공유합니다. 

마지막 면접은 자신감에 차있다가도 갑자기 극도의(?) 불안감에 떠는 온/냉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 이제 다 왔다는 기분, 하지만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모두가 아마 최종 관문 전에 느끼는 기분이겠지.


나는 총 3개 회사에서 최종면접을 보았는데, 모두 다 경험이 참 달랐다.

스타트업 회사와의 최종 면접 경험

첫 번째 최종면접은 스타트업 회사였는데, 2단계로 나뉘어서 '팀 만나보기' 그리고 'VP와의 대화'였다. 각각 한 30분 정도씩이었는데, 팀은 꽤 사람이 많아서 서로 소개하고 몇 번 질문을 안 했는데 시간이 금방 가버렸다. 팀에 주로 개발자들이 많았으니 내가 개발자들이랑 어떻게 협업했었는지, 어떤 갈등이 있었고 어떻게 풀어냈는지 등을 좀 물어보면서 자기들과 같이 일할 프로덕트 매니저가 악마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VP와의 대화는 가장 중요한 게 좋은 질문을 준비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인성, 그리고 내가 그리는 비전 같은걸 많이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내가 회사의 비전이나 사업 전략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물어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스타트업에서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VP가 방금 말한 큰 그림을 안 보고 너무 실무자 같은 질문들을 했던 부분이었다. 그가 실무 피엠 출신이라서인 것은 알겠는데, 그렇기 때문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는 있어도, 너무 프로덕트 팀 팀장 같은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되었었다. 이런 부분에서도 회사의 리더들의 리더십과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글로벌 B2C 플랫폼 최종 면접 경험

두 번째 최종면접은 글로벌 여행 관련 기업이었다. 최종면접은 1시간 동안 CPO랑 보았다. 그는 미국 구글 본사에서 처음부터 구글 여행 서치 플랫폼을 구축한 사람이었고, 구글의 개발 리드이자 Product Owner를 담당하다 (아마도 엄청난 연봉과 함께) 이 독일 본사의 여행 관련 기업으로 이직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경력도 화려하고 분명 배울 부분도 많아 보였고, 막 입사해서 열정도 넘쳐 보였다. 사람도 솔직해서 자기가 미국에서 일하다 독일의 기업에 와서 일할 때의 걱정했던 부분들도 나누고 그 부분에 대해서 이 회사는 어떻게 그것을 해결해 줄 것인지, 자기가 또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런 부분에서는 리더십도 있다고 생각했고 그 사람의 말에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적은 부분이지만 그래도 살짝 마음에 걸렸던 것은 그는 이 회사에서 '개발 리드'를 담당하고 있는데 모든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그에게 보고하는 체계라는 점이다. 즉,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프로덕트 팀의 리드에게 보고하는 대신 모두 개발 리드에게 보고하는 것. 그렇게 되면 굉장히 개발 중심으로 테스크가 주어지고, 프로덕트팀이 자율성을 가지고 어떤 토픽을 끌고 나가기가 어려워진다. 최악의 경우 그냥 백로그들을 관리하면서 개발자들의 뒤치다꺼리하는 심부름 꾼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한, 그는 새로 온 사람이고 그 사람이 말하는 모든 부분을 과연 이 회사에서 이룰 수 있는가 라는 부분에서 리스크가 적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잘란도와의 최종 면접 경험

마지막 최종면접은 지금 재직 중인, 잘란도 본사에서 보았다. 잘란도는 특이하게도, 최종면접이 총 1시간씩 4번이었다. (지금의 쿠팡이랑 비슷한 것 같다) 1시간씩 4명의 다른 프로덕트 매니저와 보게 되는데, 하도 회사에 프로덕트 매니저가 많다 보니, 내가 한 번은 시간이 안 맞아서 한 개를 다른 요일로 옮겼더니 다른 프로덕트 매니저가 배정 되었다. 그런 걸 보면 일정 레벨 이상의 프로덕트 리더들은 일정 부분 면접에 기여해야 하는 것 같았다. 

4가지의 면접은 아래와 같이 각각의 주제별로 진행되었다. 


Product Management Tools and Methods - 프로덕 매니징 방법(론), 테크닉에 대한 질문, 그리고 개발팀과 어떻게 협업하는 가에 대한 경험과 질문으로 피엠으로서의 경력 검증을 꼼꼼히 한다. 

Commercial Leadership - 비즈니스 적인, 고객 중심적인 사고의 리더십을 평가한다. 즉 얼마나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문제를 발굴하고 정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프로덕트를 판단할 수 있는지 등을 검증한다.

Collaborative Leadership - 큰 조직에서는 하나의 프로덕트는 하나의 프로덕트 팀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많은 다른 커머셜,  운영, 프로덕트 팀들과 함께 협업해야만 릴리즈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Dependacy'가 있다고 표현하는데 한국어로는 의존도가 있다고 하는 게 가까운 표현인 것 같다) 다를 팀을 어떻게 설득해서 내가 하려는 프로덕트 계획에 함께 할 수 있게 만드는 지도 역시 프로덕트 매니저가 해야 하는 일이고, 이를 검증한다. 

Analytical Thinking and Insights - 데이터 중심적 사고,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하고 어떻게 지표를 잡을 것인지에 대해 검증한다. 실제로 코딩을 짜보라고 하는 건 아니었고, 어떤 예시를 주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지표를 세워서 어떻게 데이터 대시보드를 만들어 낼 것이냐 라는 등의 연습 문제를 던져 준다.


처음엔 이 4가지가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서 무작정 링크드인의 잘란도 프로덕트 매니저로 타이틀이 달린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대부분은 답장을 해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와 같은 시기에 영국에서 대와 같은 대학교에서 석사를 했던 사람이 답을 해줬다. 그 당시에는 물론 몰랐지만 확실히 국가도 다르고 만나본적 없더라도 이렇게 학교 인연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또한 잘란도에 다니는 한국인들을 다 찾아서 메시지를 보내고 30분만 커피 챗을 하자고 했더니 모두 다 수락해서 또 한 번 놀랐다. 그분들께는 잘란도 기업 자체가 가진 분위기나 기업 문화 등등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잘란도는 독일에서는 엄청나게 큰 기업인 편이라 괜히 지례 겁먹고 지원 안 한 것도 있었는데, 인사 담당자가 링크드인 메시지로 먼저 연락이 와서 포지션들을 설명해주고 넣어보라고, 안돼도 다시 또 다른 포지션을 추천해주겠다고 적극적으로 해줘서 면접을 더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잘란도의 모든 인사담당자가 이런 건 전혀 아니었는데 나는 참 운이 좋았다) 


이렇게 최종 면접을 총 3군데에 보았고, 최종을 본 곳은 모두 오퍼를 받았다. 

오퍼는 보통을 최종 면접 이후 일주일을 넘지 않았던 것 같다. (단, 스타트업 회사 빼고.. 거긴 포지션이 없어져서 새로운 포지션에 대해 논의 후 오퍼를 주느라 한 달이 걸렸었다) 


이제 마지막 오퍼 수락과 연봉 협상만이 남았다. 


작가 링크트리: https://linktr.ee/nomadyun

유투브: '노마드 윤실장'을 검색해 주세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