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이란 건 언제든 정말 어려운 것...
모든 관문은 끝났다. 오퍼를 받는 즐거운 시간...
참고로 1개만 오퍼를 받아도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자신감이 급 상승해서 나머지 진짜 중요한 면접을 잘 볼 수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스타트업 회사에서 1개의 오퍼를 받은 이후로는 나머지 면접도 훨씬 잘 봤고 그래서 훨씬 더 좋은 회사들의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처음 1개의 오퍼가 정말 힘들었...)
연봉에 대한 예상 범위는 최초에 HR과의 30분 면접에서 내가 이미 말했고, 그걸 참고해서 오퍼 메일을 줄 때 연봉을 제시한다. 그런데 대부분이 그 범위에서 가장 낮은 연봉에 맞추거나 아주 살짝만 높인 (중간이 안 되는) 연봉을 제시한다. 3군데 회사가 다 그렇게 한 것을 보면, 이게 기본 적인 제시 방법인 것 같다.
(적어도 모셔오는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개인의 성향이나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 달라 아주 조심스럽지만, 나는 최소 1번 정도는 카운터 오퍼를 넣어보라고 하고 싶다. 맨 처음 스타트업에서 오퍼를 받았을 때는 내가 다른 오퍼가 내 테이블에 없었기 때문에, 카운터 오퍼를 하기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그때는 자신 있게는 못했고 거의 1000-2000유로 정도만 올려줄 수 있냐고 메일을 보냈던 것 같다 (1유로 1350원). 물론 그에 대한 이유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
"내가 Range를 A-B로 제시는 했지만 중간 정도를 받길 기대하고 있었다. 사실은 세금 42%를 제외한다면 A 연봉은 지금 한국에서 받는 연봉 실수령액보다 조금 낮은 정도다. 그래서 조금 더 올려주면 감사하겠다." 정도로 메일을 썼던 것 같다. 그랬더니 거기서는 딱 천 유로을 더 올려줬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에 면접을 보고 오퍼를 받았던 대기업 2군데에서는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해줬고, 거기서 또 한 번 2000유로 정도의 인상을 요청했고 회사들은 모두 딱 제시한 그만큼 높여줬었다.
모두 다 제가 제시한 만큼 올려준 걸 보면... 더 높여도 됐었나 싶지도 한데... 미련을 버려야지.
*유로로 베를린 기업에 연봉 제시에 대한 방법이 궁금하다면 '베를린PM이직기#2. 1차 HR면접 가볍게 통과하자' 참고.
그래도 독일로 이직할 때 최고의 장점 중 하나는 '이전 연봉 대비 인상'이라는 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전에 1억을 벌었든 3천만 원을 벌었든, 그들은 그냥 내가 '원하는 만큼이 이 포지션에 책정된 연봉의 범위 안에 있느냐'만 확인하지, 내가 이전에 얼마를 받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만약 당신이 정말 훌륭한 프로덕트 매니저이지만 적은 연봉이 불만이라면 잠시 독일을 1년 들렀다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도 있다. 게다가 독일에서 세전 연봉은 꽤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세후 실수령액으로 연봉을 올리지 않는 나라에서 이전 연봉을 보여줄 때 꽤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세금을 제외하고 월급이 들어오는 순간 현타가 온다. 당신이 싱글이라면 세금 42%를 낼 각오를 하고 와야 한다. 연봉 1억을 벌더라도 5천 후반으로 받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베를린은 그만큼 물가가 싸서 그래도 그 정도면 아주 괜찮다)
마지막으로 오퍼를 수락하기 전에 또 하나 참고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복지, 성장 가능성, 기업 문화, 같이 일할 동료들 정도가 될 것 같다. 하지만 해외 이직이니 만큼 나에겐 하나의 조건이 더 있었다.
바로 한국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체류할 수 있는 것인가, 얼마나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인가,였다.
스타트업은 한국에서 일하는 것을 아예 회사 내규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두 번째 여행 글로벌 회사는 가능하다고 했고, 잘란도는 한국에서 일하는 것은 최대 30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체류하며 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내가 이 회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느냐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제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가고 있는데, 늙어가는 부모님과 너무 떨어져 있는 는 것이 나중에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은 원치 않았다.
내 계획은 겨울마다 한국에 한 달 반 정도를 체류하며 부모님과 그래도 거의 1달 가까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사실 서울에서 직장 다닐 때보다 더 오래 같이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이 나에겐 중요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회사의 오퍼 거절 이유:
- 이 회사는 본사가 베를린이 아니라 '뒤셀도르프'였고 베를린에 지인들이 많은 데에 비해 뒤셀도르프에 아는 사람이 없었던 점.
- 그 당시 다니던 회사와 너무나 회사 플랫폼이 비슷했고 (경쟁사) 당시 회사 플랫폼의 산업적인 성장 가능성에 한계를 많이 느꼈던 터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점이 계속 있었던 점
- 면접에서 보았던 사람들의 느낌이 별로 친밀하지 않았던 점
- 개발 리드에게 리포팅을 해야 한다는 점
이 4가지가 맘에 들지 않아 가장 먼저 거절했다.
스타트업의 오퍼 거절 이유:
마지막까지 스타트업과 잘란도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 이유는 회사의 분위기나 동료들이 스타트업 회사와 더 잘 맞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 처음 해외에서 일하는 데, 체계가 아직 잡히지 않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이 여러모로 리스트가 클 수 있다는 점
-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굉장히 컸는데, 그게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는 점. 그러니까, 내가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바로 실망하고 잘라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던 점.
- 이커머스 섹터를 커리어적으로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는데 이 회사는 소셜 플랫폼을 다루고 있었다는 점. 그런데 그 플랫폼 자체가 굉장히 니치 마켓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 즉, 산업에 임팩트를 크게 미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
이러한 이유들로 스타트업 회사의 오퍼를 거절했다.
그리고 3-4개월 지난 후 알게 된 사실인데, 나를 면접 봤던 내 직속 상사가 될 프로덕트 리드는 내가 독일에 온 시기에 퇴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안 가길 잘했다.
잘란도의 오퍼 수락 이유:
- 본사가 베를린이며 독일, 유럽에서는 누구나 아는 큰 테크 기업이라는 점
- B2B섹터의 프로덕트 매니저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성장을 빠르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풀필먼트 솔루션' 팀이라는 점.
- '풀필먼트 솔루션' 섹터는 복잡도가 높고 어려워서 경력을 쌓으면 타 이커머스로의 이직이 수월할 것이라는 점.
- 독일인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문화 회사이며, 해외에서 사람을 데려오는데 굉장히 체계가 잘 되어있다는 점.
이러한 이유들로 최종적으로 잘란도의 오퍼를 수락했다.
마지막으로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금의 연봉도 중요하지만 겨우 몇백만 원 차이라면, 다음에 이직할 때 훨씬 더 유리한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는 기업으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 이후에 달라질 연봉은 몇천만 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굳이 이 말을 멘션 하는 이유는, 많은 분들이 겨우 연봉 4500만 원 4800만 원 차이를 놓고 당연히 훨씬 성장 가능성이 큰 4500만 원 연봉의 회사를 포기하는 분들도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2개월로 쪼개 보면 별로 차이도 안 나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자신에게 돈보다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회사를 택했으면 좋겠다.
이 글을 끝으로, 베를린 PM이직기는 끝내려 합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댓글이나 링크드 인으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잘란도는 개발자/피엠/디자이너 (특히 개발 직군은) 영어가 조금 미숙하더라도 충분히 이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국인 분들도 여러 직종에 걸쳐 15분 정도 계십니다. 많이 지원해 주세요 :)
(지원 후에 떨어져도 같은 팀만 아니면 계속 다른 팀에 지원해도 됩니다!)
https://www.linkedin.com/company/zalando/j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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