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는 귀찮습니다
나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살다가 작년 말 서울로 이사 왔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이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다.
고향에선 첫 입주부터 오랫동안 살던 아파트에서 대학생때와 자취할 때 빼곤 계속 지냈다. 그래서 같은 아파트 사람들은 서로 안면을 트고 엘리베이터에서 스몰토크를 하는 분위기였다. 내가 몇 층에 사는 어떤 사람의 딸이라는 걸 아는 것조차 귀찮고 성가셨다.
앞집에 사는 아주머니는 때로 내게 사적인 질문을 해서 곤란함을 느끼게 했다. 요즘 일해요? 부모님은 어떻게 지내세요? 등의 질문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가까운 거리를 느끼게 해서 많이 부담스러웠다. 나 또한 원치 않게 그 집의 골치 아픈 사정을 알게 되는 것도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거주지를 바꾸고는 다른 분위기의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는 친오빠 말고는 이웃주민과 교류할 일이 거의 없다. 이웃집끼리 인사하지 않는 분위기를 이미 알고 있던 나는 거의 스몰토크할 일이 없었고, 이는 불필요한 정보교환과 감정소모로 이어지지 않았다. 누구도 나를 모른다는 사실에 마치 여행지에 온 것만 같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내가 느낀 것은 사람들의 표정과 대응은 약간 드라이하지만 그만큼 깔끔한 정보교환으로 끝내, 서로의 거리감이 확실한 느낌이다. 바쁘고 피곤한 현대사회라 충분히 이해와 공감이 간다.
선을 넘는 이웃의 사생활 캐기도 겪지 않고 실없는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도 없다. 몇 층에 사는 어떤 사람의 딸이라는 것도 이제 없다. 누군가는 삭막한 도시의 정서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익명의 도시에서 나는 자유롭고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