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깨는 건
주말 시간이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다. 주말은 근방 어디를 가도 길거리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고 복잡할 것이다. 집에서도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재잘재잘 아이들의 활기찬 목소리에 주말임을 실감한다.
최근에 가까운 주변인으로 인해 속이 시끄러웠다.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과 적절히 강하게 반박해주지 못한 내 서툰 대응에 아쉬움을 느낀다. 역시나 결론은 관계를 멀리해야겠다는 것이지만, 치고 빠지는 복잡한 내면의 소리들에 고막이 울리는 듯하다.
조용히 화장실에 서서 생각을 정리했다. 외부의 소리들은 이미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젠 메아리도 잔음도 아니라, 2차 가공된 내면의 소리가 내 안을 시끄럽게 메운 것뿐이었다.
평화를 깨는 건 결국 나의 마음이었다. 저의를 숨기고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자신을 합리화하며 내게 무딘 날을 들이민 사람을 바꿀 순 없다. 이 순간 바꿀 수 있는 건 내 마음밖에 없으며, 2차 가공해 새로운 숙제와 의문을 스스로 품게 하는 것도 그만 멈춘다.
바깥의 소음보다, 지난주 집 안을 가득 채우던 이웃집의 드릴소리보다 그것은 더 크고 요란했다. 그러나 속에서 돌아가는 드릴의 버튼을 끌 수 있는 사람은 나 말곤 없다는 걸 안 순간, 그곳은 진공상태보다도 더 큰 침묵이 되었다. 그렇게 평화도 역시, 이미 내 손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