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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욕망을 따라 욕망할 때 불행해진다

나는 온전히 살기로 했다

by 유주씨

한동안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로 있었다. 입맛이 떨어져서 밥을 제때 충분하게 먹지 못했고, 머릿속에선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있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일상적인 루틴도 미루다 가까스로 하나씩 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가 어느 정도는 괜찮아졌다고 믿었는데 착각이었던 걸까 하고 의심했다. 일상의 단순한 루틴마저 해내지 못하는 무기력감에 시달리는 원인을 계속 찾아 헤맸다. 그러다 결국 지쳐 스스로에게 던지듯 말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돼.
할 수 있었으면 진작 하고도 끝났어.



내 마음의 흐름을 운명처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뭔가 풀려나온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세상의 욕망을 따라 욕망하며 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나는 그런 식으론 못 살고, 안 살기로 했는데 방심한 사이 끄달려 있었던 것이다.



잘 나가야 하고 예뻐져야 하고 얼마나 가져야 한다는 세상의 소리는 나를 늘 부족하게 느끼게 하는 높고 모호한 기준이다. 그 욕망들을 갈구하다 망가질 것 같으면 동조하지 말고 그냥 놔버리자. 그거 안 해, 못 해 해도 내 일상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가장 중요한 건 세상보단 마음의 소리를 듣고 나를 계속 지켜나가는 거다. 나는 온전히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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