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무시하고 있었던 건 나였어
난 무시받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어쩌다 무시를 받을 때면 화가 치솟고 자신을 의심할 정도로 자존감이 낮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자신에 대한 인식(최악에 가까운)과 다른 사람이 생각했던 나의 모습엔 큰 차이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을 때, 그 프레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나는 완벽을 추구하는 버릇에 의해 천장조차 없는 높은 기준으로 자신을 몰아세웠었다. 나의 결점에만 집중하게 되고 장점은 모두 대수롭지 않게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니 병이 안 생길 수가 있나. 그래서 진짜로 날 무시하는 건 남이 아니라 줄곧 나 자신이었다는 걸 알았을 땐 머리를 세게 두드려 맞은 기분이었다.
여유가 생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오히려 누군가는 스스로 과대평가해서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게다가 본인 주제파악을 못하면서 남 지적을 하기 바쁜 부족한 메타인지까지 다 보이기 시작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반대로 나는 거대하고 끝없이 광활한 우주 같은 기준을 자신에게 들이대며 자책하고 무너뜨리고 있었는데 이게 같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이 맞나 싶었다. 결국 나는 그럭저럭 괜찮은 보통 사람이었다. 못난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고 고만고만한 그런 사람.
그래서 이제 무시당하는 게 두렵지 않다. 괜찮다. 당신도 잘났거나 말거나 고만고만한 사람인 데다 나에게 던진 말은 당신의 주관에 불과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제대로 보고 있느냐, 내가 자신을 1순위로 생각하고 있느냐다.
난 갸름하지 않은 내 턱을 좋아한다. 개성적이고 강단 있어 보인다. 피부는 좋은 편이고 이목구비는 이만하면 괜찮으며 청바지 핏이 잘 어울린다. 머리 굴러가는 것도 사는 데 지장 없고 그럭저럭 잘하는 것도 있어 즐거울 때가 있다. 물론 주관적이다. 그게 뭐가 문젠가. 이제 나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마침내 돌아온 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