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하래서 뭐라도 했다 (3)

네일아트, 레이스패션, 시술 다 해

by 유주씨

네일아트를 받았다. 친구 결혼식 이후로 평생 받을 일 없을 것 같았는데, 친구 애가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는 시점에 마음이 바꼈다. 내 눈에 잔상이 가장 오래 남은 디자인으로 똑같이 해달라고 했다. 아름다운 색으로 뒤덮인 손톱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생애 처음으로 손톱에 10만원을 썼다.



내 손톱에 10만원의 대접을 한 건 처음이었지만 그간 인생에서 손톱이 내게 준 편리함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시원할 때 긁어주지, 택배 뜯어주지, 벌레도 튕겨주지, 뭐 잡을 때도 지지해 주지. 대접을 친히 해줘도 마땅하다.



예전의 나라면, 허튼 데 돈 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름다움을 돈으로 살 수 있을 때 사는 행위는 만족과 기쁨으로 치환된다. 엄마한테 혼날까봐 집에도 못 내려가고 있지만, 매일 거울을 볼 때 손톱이 예쁘니까 더 여성스러워 보이고 마음이 즐겁다.



그리고 레이스가 달린 옷을 샀다. 레이스는 브라자랑 빤스 말곤 처음이다. 실패를 각오하고 과감히 주문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잘 어울리는 모습에 놀랐다. 아.. 나 이런 것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문제는 입고 나갈 약속이 없다는 거지. 그래서 레이스 입고 동네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가 돌아왔다. 뭐, 언젠가 또 입게 되겠지.



고민하던 피부 시술도 받았다.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후회가 전혀 없다. 의미, 가성비, 폭넓은 활용성, 효율성 따위 개나 주고 난 멋쟁이가 되고 싶다. 사은품으로 주는 명품 파우치를 받기 위해 수십만원을 쿨결제하던 베프의 통 큰 마음, 이제는 이해한다. 나는 많이 변했다. 세월의 힘일까, 점점 얇아지고 있는 통장의 안간힘일까.



뭐라도 하래서 뭐라도 하다가 이것저것 맛을 제대로 알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홈요가도 벌써 4개월 차로 꾸준히, 거의 매일 하고 있다. 하다 보니 20대 때 몸무게로 내려온 데다 할 때마다 마음이 편안하고 하고 나면 뿌듯함을 느낀다. 누구도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일이다.



숨통 쪼이게 아껴모아 살았던 예전을 떠올리면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하는 현자타임과 안타까움이 남의 일처럼 전해져 온다. 자신을 가꾸지 않고 불쌍하게 살게 한 스스로를 반성하며 돈 GR 한풀이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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