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연애와 결혼을 못했다
연애와 결혼을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내 안에 답은 정해져 있다. 하고 싶었으면 내 상황이 어떻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겠지. 하고 싶다가 아닌, 해야 하나라는 고민에는 의미가 없다.
멘탈문제로 오래 고생 좀 해봤던 만큼, 연애는 내게 많이 어려운 문제였다. 내 마음이 불안정했기에 상대에게 신뢰를 느끼기도, 주기도 어렵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소개를 해준대도 관계를 풀어갈 자신이 없어서 거절하고 지냈다. 지금 생각해도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이 많이 회복된 현재엔 자연스럽게 노처녀의 타이틀이 붙었다. 근데 초조하다기보다는 별 생각이 안 든다. 그냥 뭐 이런 인생도 어찌어찌 살아가면 그만이다 싶은 생각이다. 내가 안 갔다기 보단 못 간 게 정확한 사실이고, 무리해서 갔다고 해도 관계를 잘 풀어 갔을지 어떻게 됐을지는 모른다.
그런데 주변에 미혼의 지인들마저 멀쩡히 회사생활을 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난 들 연애도, 결혼도 소식이 없다. 누군가 나와 지인에게 결혼했냐고 물어왔을 때, 나는 못했다고 그 사람은 안 했다고 말했다. 못한 거지 안 한 게 아닌 것 같은데 꼿꼿하게 말하는 모습이 의아했다. 자존심 구겨질까 봐 그랬겠지.
안 한 게 아니라 숱한 소개팅에도 안 된 거면 그냥 못 한 거다. 그 후에 한 술 더 떠서 지인은 이제 난 비혼을 할 거야라고 말했는데, 자기 방어가 심해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냥 못했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었다.
개인이 못한 이유라면 눈이 높아서, 매력 없어서, 안 예뻐서, 뚱뚱해서, 고집이 세서, 공감능력 떨어져서, 능력을 못 갖춰서, 돈을 못 모아서, 아파서 등 각각 사람마다 가지각색이겠지만, 그걸 자기 합리화하려고 안 했다고 말하는 건 좀 없어 보이지 않나. 거기에 비혼을 외치면 더 사람 우습게 보이니 침묵하는 게 훨씬 낫다.
그래서 나는 비혼이니 안 갔다니 뭐니 하는 소리 안 한다. 그냥 못 갔다고 정확하게 말한다. 그렇다고 그걸 자세히 묻는 사람도 없고 보통은 그냥 자연스럽게 끄덕끄덕한다. 듣는 사람의 반응에도 과민반응할 이유가 없다.
사람은 본인이 처한 현실에 저항하고 부인할수록 더 어려움에 빠지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마음의 갈등은 더 커진다. 내가 직면한 현실의 진실이 뭔지 알 때야말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