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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너무 사랑하고 목숨을 너무 아꼈더니

너무 노력하지 않는 노력

by 유주씨


힘내지 마세요.
열심히 하지 마세요.
대충 하세요




이건 내가 5년 전 병원 선생님한테 받게 된 약 외의 처방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몇 년간 정말 모든 일에서 애쓰지 않으려고 의식해 본 결과, 건강과 상황이 나아졌고 마음도 편해졌다. 애써야 할 일과 대충 넘길 일을 구분하지 않고 매사 과도한 신경과 노력을 들이는 버릇이 문제였던 거다.



그런데 열심히, 힘내지 않으면 뒤처지지 않냐고? 걱정 말라. 난 이미 많이 뒤처졌는데 놀랍게도 내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인생이 망할까 봐 불안에 떨었는데 우습게도 아무렇지 않게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냥 뭐 살아지더라는 걸 알게 되니 모든 게 심플하다.



무작정 열심히 하지 않고 이제는 머리를 적당히 굴려서 어찌어찌 대충 처리해 치울 방법을 궁리하는 게 낫다는 걸 완전히 체감했다. 오히려 만사가 귀찮다. 디테일을 너무 신경 쓴다는 건 내 정신을 갉아먹기 딱 좋은 컨디션을 만드는 거다.



그러니 인생을 너무 사랑하지 말고 목숨을 너무 아끼지 않아야 한다. 살아있는 모든 순간에 있는 힘껏 노력하면서 사는 거? 체력과 정신력이 못 견딘다. 큰 일 벌인 거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적당한 노력으로 문제가 차근차근 해결되거나, 애쓴 게 헛짓거리한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래서 걱정 끄고 가스불 끄고 비 오면 창문이나 잘 닫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게 나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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