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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계모임

30대, 결혼 압박에 대응하는 자세

by 유주씨


엄마가 계모임을 다녀오셨다. 엄마 마음이 또 싱숭생숭하겠구나 했다. 엄마 또래의 계모임에선 자녀들의 결혼이 주제가 된 지는 오래, 손자손녀의 취학 얘기 등이 오간다고 한다.



엄마: 언니들이 손자 얘기하면
엄마는 폰을 보고 있어.

언뜻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한 문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홀가분하지 않나 하는 반문이 생긴다. 손자손녀 생기면 분명 걱정할 거리가 늘어난다.



딸: 손자손녀 없으면
엄마가 안 돌봐줘도 되고
걱정도 안 해도 되니 편하잖아


응 그건 그렇네라고 대답하시는 엄마의 목소리에 웃음이 터진다. 덤덤하게,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고 믿고 사니까 이런 묵직한 압박에도 가볍게 대응할 힘이 생긴다. 내가 받아들이기 나름이지.



엄마: 그래, 언니들 자식들이 결혼하고
애는 낳았지만
말 못 할 사정도 있을 거다.


엄마도 자녀가 결혼한다고 반드시 잘 살 거라는 꽉 막힌 사고를 가지진 않았다.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으니까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성에 자신을 던져 넣는 일 중에서도 꽤나 큰 일이니, 압박한다고 어찌 되거나 대충 할 일도 아니다.



딸: 폰 좀 만지고 있음 어때.
맛있는 거 먹고 다른 얘기에 끼면 되지.
없는 척, 못난 척하면
시기질투도 안 사고
얼마나 좋아.


언젠가 지금이 가장 속 편한 시절이었다고 훗날 회상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엄마, 걱정은 내려놓고 지금을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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