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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Aug 05. 2021

정서불안과 글쓰기, 그리고 배부른 고민

드디어 불안에서 탈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평화로운 요즘이지만 고민이 하나 생겼다. 나는 오랫동안 정서적인 불안과 싸워온 사람인데, 올해 초 상담 받는 병원을 바꾸고 나서부터 맛본 적 없는 평온함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너무나도 안정된 일상을 즐기다 보니 아프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게 당연한 것이겠다고 생각하면 지나간 세월이 억울한 면도 있다. 하지만 지나간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고 성숙한 방향으로 마음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곤 그런 생각도 접어버렸다. 어쨌든 오늘 이야기할 문제는 그것이 아니고, 정서불안과 글쓰기에 관련한 것이다.     





     

 마음이 안정되고 나니 거기서 인생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게 아니었다. 그에 따른 또 다른 고민이 생겨나더란 것이다. 바로 글쓰기가 잘 되지 않고 아무리 생각해도 쓰고 싶은 주제마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글쓰기도 예술의 하나인데 너무 편안한 마음에서는 예술도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영감 같은 게 떠오르려면 끝없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말로 불안하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문제적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불만스럽지가 않다.           






 십수 년 만에 드디어 정서 안정을 손에 넣어놓고는 배부른 소리 같지만 나는 정말 글을 쓰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런 상태로 글을 계속 쓸 수 있을지가 의문스럽다. 그렇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시 불안해져야 하는 걸까. 불안하지 않은 상태로는 글쓰기를 이어갈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늘은 이렇게 개인적으로 글쓰기와 불안의 연관성에 대해 써 내려가고 있지만 이다음에는 뭘 써야 할까. 이제는 내 안에 뭉쳐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모두 소화되기 시작해서 그에 관한 울분을 토할 내용도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나는 매우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안정적인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글을 못 쓴다는 말은 아닌데 쓸 주제가 상당 부분 줄어버린 점이 문제다. 나는 애초에 브런치를 쓰면서 내 안의 울분과 분노 같은 응어리진 감정을 해소하고 싶었는데, 글이 20개도 채 되지 못한 상태에서 인생 최대의 문젯거리를 해결해버리고 말았다. 자축하며 기뻐할 일은 분명 맞는데 석연치 않은 건 왜일까. 난 정말 글을 잘 쓰고 싶고 오래 쓰고 싶어서인 걸까. 글쓰기란 것이 감정 분출의 수단이 아니라 결국 그 자체로써가 진짜 내 목적이었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글쓰기와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는 느낌이 새롭다. 앞으로 내가 브런치에 어떤 글을 쓰게 될지 나도 궁금해진다. 이젠 멘탈 문제와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써 내릴 내용이 생기면 좋겠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좀 더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글을 선보이고 싶다. 지금까지 우울하거나 고민스러운 글 위주였다면 이 앞으론 정반대의 심리가 느껴지는 맑은 기운의 글이 중심이 되었으면 한다. 나도 아직 젊고 창창한 나이인데 어둠 속에만 갇혀 있기엔 아깝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나눠주고 싶어졌다. 그러니 조금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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