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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Aug 07. 2021

지독한 따분함, 돌파구를 찾아서

뭔가 해보는 거야






 나는 요즘 지독한 따분함에 시달리고 있다. 이게 또 무슨 배부른 소린가 싶은데 정말로 할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태까지 가만히만 있어도 불안과 걱정, 우울, 강박에 사로잡혀 고통받는 삶을 살았는데, 겨우겨우 그것들에서 벗어나고 나니 찾아온다는 게 희망과 즐거움이 아니라 따분함이라니! 그래서 하는 일이란 게 운동이나 거북이 돌보기, 유튜브로 노래 듣고 타로점 보기 정도의 일상이라 약간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평화로운 일상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뭔가 이제는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고 싶다는 소망도 생긴다. 드디어 내게도 일복이 생길 때인가.               






  때마침 최근에는  둘을 키우는 친구로부터 반가운 제안이 들어왔다. 지금껏  직업을 수차례 바꿨는데 그중에 프리랜스 영어강사도 있었다. 그걸 알고 있던 친구가 내게 아이의 영어 튜터링을 맡기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약간 지나가는 소리긴 했지만 어쩐지 솔깃하고 기대가 되는 면도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드디어 기나긴 요양 기간을 끝내고 진정한 휴식기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쉬어도 괜찮은 주변 상황이지만 아무 일도  하고 지내는 일은 곤욕이 되는 만큼 내겐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뭔가를 가르치는 일은 적성에  맞아서 언젠가 다시 그쪽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다짐한 찰나였다. 어쨌든 기회가 닿으면  따분함을 물리치고 돈도   있는 새로운 삶을 넣을 수도 있으니 기대하지 않을  없겠다.               






 그리고 일도 일이지만, 건강이 점점 좋아지니 연애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증거겠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무리인 듯하고 겁도 많이 나서 어렵겠지만 마음의 문만은 열어놔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혼 주의인 것도 아니고 몸에 큰 문제는 없으니까 언젠가는 내 편인 남편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스스로의 변화를 목격하면서 느낀 점은 그동안 참 많이 아프고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피부 깊숙이 와닿는다는 점이다. 그전까지는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고 그저 심리적인 문제가 표면화되어 신체화로 나타나는 내 모습이 한탄스러웠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나는 길고 뼈아픈 성장통을 겪었고 조금씩이나마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고 속을 한 번 더 내려놓으므로써 많은 것을 용서하고 이해하며, 미안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겪는 지독한 따분함은 어쩌면 전보다 나은 삶으로 가는 시작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또 감정의 소용돌이가 차분히 가라앉고 거친 파도가 부드러운 찰랑임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는 좀 더 살고 싶어졌다. 이렇게 내가 살고 싶다는 기분은 31년 만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귀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 따분함에서 다시금 새로운 희망과 즐거움으로 갈아탈 수 있을까? 일단은 할 수 있는 일은 마다하지 않고 체력 닿는 만큼 슬슬해보기 시작해야겠다. 하다 보면 또 새로운 기회가 오는 날도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지독한 따분함을 타파하는 것이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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