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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Jul 12. 2021

고양이와의 3문 3답

꿈인지 생시인지





 오늘 아침, 참 신기하고 재미난 꿈을 하나 꿨다. 너무나 구체적인지라 침대에서 일어난 뒤에도 이게 진짠가 가짠가 하는 생각에 한참 빠졌을 정도였다. 어떤 꿈이냐 하면 지금부터 천천히 얘기해보려고 한다.  





        

 꿈속에서 나는 한 시골 촌집에서 귀여운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동물을 한 마리, 한 마리 다 예뻐하고 귀하게 여기며 돌봐주는 재미로 지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특히나 좋아하던 고양이를 쓰담쓰담하고 있을 때였다. 고양이가 갑자기 사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게 챙겨줘서 고맙다며, 지금부터 뒷마당으로 따라오면 내가 궁금해하는 3가지 질문에 모두 답해주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게 왠 신통방통한 일인가 싶어서 알았다고 하니 고양이가 먼저 뒷마당으로 사라졌다. 그러고 나서 내가 뒷마당으로 이동해갔을 땐, 왠 작은 지붕에 조그마한 신전 같은 게 만들어져 있었다. 고양이는 이제 모든 준비가 된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내가 살아오면서 궁금했던 점들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내 인생은 대체 어떻게 흘러갈지가 항상 관심사였으므로 그에 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 첫 번째 질문: 나는 몇 살까지 살아?

- 고양이의 답변: 너는 89살까지 살 거야.     


 와우! 평소 예상한 것보다 내가 오래 산다는 말에 조금 심쿵했다. 뭐 딱히 인생에서 이루고 싶거나 집착하는 건 별로 없었고 요절만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답변이었다. 두 번째 질문을 떠올렸다.                    






- 두 번째 질문: 나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부자가 되고 싶은걸.

- 고양이의 답변: 부자 되는 건 포기하고 넌 건강만 신경 써.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솔직히 살아갈 때 돈은 필수니까 물어본 것인데 딱 먹고 살 만큼만 벌 수 있는 모양인가 보다. 쳇, 한 번쯤은 부자이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덜 아프고 건강 챙긴 만큼 89살까지는 산다고 하니 안심해버렸다. 후후. 이제 마지막 질문을 생각할 때였다.               





     

- 세 번째 질문: 나는 결혼을 누구랑 하게 될 것 같아?

- 고양이의 답변: 너는 임경X이라는 사람과 살게 될 거야.   

       

 이 쪼끄만 고양이한테서 대단히 구체적인 대답이 돌아와서 깜짝 놀랐다. 이때 문득 든 생각은 이제부터 임경X이라는 사람을 찾아다녀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아쉬운 기분도 들었다. 최근에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은 어쩌면 내 짝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이 대답을 마지막으로 답변이 모두 끝남과 동시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고, 그때부터 한동안 헤롱헤롱하면서 고양이의 말이 진짠지 고양이똥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니 나는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에이, 그냥 심플하게 이번 주 로또 번호를 물어봤어야 했는데! 고양이가 답해줬을지는 모르지만, 뭐든 대답해 준다고 했을 정도니 분명 기회는 있었을 것이다. 요즘 시대에 결혼하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호기심에 가득 차서 물어봤는지 모르겠다. 분명 꿈속 고양이는 약속대로 내게 3문 3답을 해줬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고양이 말이 맞긴 맞았다. 마지막 질문으로 로또 번호를 알려달라 하지 않으므로써, 난 부자가 될 확률을 낮추고 건강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시 기회를 줘도 못 먹는 나는 이번 생에 부자는 포기하는 게 맞다는 소리다. 됐다. 그냥 먹고살면 됐지.               





 이렇게 고양이의 답변이 진짠지 고양이똥인지는 모르지만,  순간  마음이 즐거웠던  사실이다. 일단 고양이가 말을 한다는  너무나 신기했고  가지 질문에 대답해 준다는  설렜다. 이제부터 내가  일은 건강에 더욱 신경 쓰면서 즐겁게 사는 것과 혹시 모를 임경X씨와의 만남이 있을  있으니 반신반의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진짜 모르는 일이니까. 만약에 임경X씨와  된다면 이거  나도 보통은 아닌 사람이니 신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역시나 신당이라도 연다면 밥은 먹고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 또한 안심이다.        





   

 개소리가 길었다. 결론은 그냥 살던 대로 조용히 살면 된다는 내용의 꿈을 내가 오늘 아침 꿨다는 것이다. 그냥 워낙 꿈 내용이 신기하고 구체적이라서 자랑하고 싶어서 써봤다. 혹시나, 여러분들은 이렇게 말하는 고양이가 꿈에 나온다면 절대 놓치지 않고 꼭 로또 번호를 물어보길 바란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질문은 로또번호, 질문은 로또번호’를 항상 유념해두는 것이 좋겠다. 고양이가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르니까.     

“자, 한 번만 말할 거야. 8,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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