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주씨 Jul 06. 2021

나도 누군가에겐 이상한 사람이겠지

보통과 상식의 모호한 경계





 나도 누군가에겐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한 이상한 사람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랄까.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상식선에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특이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카페에 들러 2층 창가에 홀로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날 겸 기분전환이 절실해서 찾아온 도피처였다. 인위적인 빈티지함이 느껴지는 시멘트벽과 먼 조명을 번갈아 응시하며 커피를 음미하고 있을 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불현듯 왠 덥수룩한 아저씨가 내 테이블 앞자리에 털썩하고 앉아서는 말을 걸어왔다.      


 “실례합니다. 김밥 한 줄을 사 먹고 싶은데 1500원이 없어요. 1500원만 받을 수 있을까요?”     


나는 순간 이 작은 사치와 향락을 대표하는 카페라는 공간에서 대체 뭘 경험하고 있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건 건조한 지방 소도시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로 내겐 이상한 상황이었다. 




     

 아저씨가 정말로 돈이 없어 굶는 딱한 상황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긴급생계지원라든지 최저생계지원이라든지 동사무소에 요청하면 어떻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난 천천히, 그리고 기분 나쁘지 않게끔 거절 의사를 표했다. 솔직히 냉정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난 요즘 시대에 걸인이 있다고, 정확히는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는 걸인이 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꿈이라도 꾸는 듯한 비현실의 경계에 서서 비틀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그 일로 충격에 빠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잠깐 인간의 상식적인 행동이란 뭔가에 대한 생각에 빠졌다. 나도 살면서 누군가에겐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저씨의 언행이 그 자신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던 것처럼, 내게도 그런 면이 있을 것이란 생각까지 뿌리가 뻗쳐나갔다. 예를 들면, 단순한 것들로는 화장을 하고 나서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것이라든가 콧물이 나면 들이마시지 않고 반드시 밖으로 풀어내야 하는 습관 같은 것 말이다. 이런 것도 내가 아닌 누군가에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사롭지만 대학을 다닐 때 만난 한 선배는 코를 푸는 방법을 도저히 습득할 수가 없어서 자주 이비인후과에 다닌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신발 끈의 나비 매듭을 묶지 못한다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개인의 불능과 차이들은 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이해받아야 하는지 내게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이상함과 평범함의 경계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아저씨의 고된 삶이 겹겹이 쌓인 듯한 힘없는 여러 겹의 눈꺼풀을 보며 동정심보단 물음표 백 개의 의문을 먼저 떠올린 나의 심리는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냥 1500원을 줄 걸 그랬나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 손엔 현금이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 번데기 알러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