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잘려도 살아남는다
시골 할머니댁에서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 반야생으로 밭의 메뚜기도 잡아먹는 녀석들이다. 그러다 한 마리가 더 늘었는데, 이름은 깜돌이. 떠돌던 까만 새끼 고양이가 초라한 모습으로 옆집인 부모님의 시골집을 맴돌며 밥을 얻어먹곤 했다.
그러다 할머니의 고양이들과 가족이 되었고, 밥을 줄 때 쫓아내시던 할머니도 이내 포기하고 한 구석을 내주게 되었다. 깜돌이는 무슨 이유인지 꼬리가 잘려나가고 찰리채플린의 검은 수염을 단 것 같은 볼품없는 외모에서 털이 반질거리는 고양이로 변해갔다. 깜돌이는 장난기가 많고 붙임성이 좋아 형 고양이를 늘 따라다니면서 생존할 수 있었는데, 사람 손은 덜 타지만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를 잘 아는 듯했다.
“깜돌이 털이 반질반질하고 예뻐졌어!”
자주 옆집을 찾아와서 사료를 얻어먹고 덩치 큰 형 고양이와 나눠 먹을 때도 기죽지 않고 머리를 힘껏 밥그릇에 밀어 자리를 잡는다. 작은 녀석이 이렇게 당돌하니 생존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깜돌이의 모습에 강한 생존력을 배워야겠다는 존경심까지 드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깜돌이는 윗동네의 어느 집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였다며, 혼자서 일찍이 독립(가출)해서 밖으로 나돌다가 할머니댁에 정착하게 된 것 같다고 들었다. 꼬리도 잘리고 어쩐지 불쌍한 외모에, 우는 방법도 나중에 형 고양이를 만나서 배운 모양이다. 가끔 시골집에 들러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이 들어서 이제 소식을 기다리곤 한다.
“깜돌이는 잘 지내?”
엄마가 시골집에 며칠 계실 때면 꼭 하는 질문이다. 깜돌이가 잘 살고 있다고 들으면 어쩐지 나도 마음이 놓여서다. 고양이 모자와 깜돌이에게 줄 참치캔 두 개를 미리 챙겨두면서 그의 강한 생존력을 마음에 새긴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세상, 나도 그처럼 단단하게 살아가자며 마음을 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