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천만원 까먹고 놀아보니

삶을 채울지 비울지는 본인의 선택

by 유주씨

직장을 관두고 1년간 천만원 까먹고 놀았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주로 일상적인 소비생활에 돈을 썼지만, 한 번씩 해본 일본여행, 호캉스, 피부과 시술, 네일아트, 새 노트북 구매, 요가학원 다니기 같은 것들도 크게 환기는 되지 않았다. 당연히 이 정돈 누리고 살아야지 생각했던 것들은 막상 겪어보니 그렇게 대단한 것도,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돈 많은 백수는 아니지만 얼마간 살 수는 있는 백수로 지내는 것 또한 아주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이제 백수라는 말에 얽매이지도 않을 만큼 심적 안정감을 찾았거늘, 생활은 따분하고 단조로웠다. 매일 자신과의 대면의 연속이었다. 1년간 관찰해 보니 나는 에너지 레벨이 낮은 사람이었다. 도파민 터지는 갑작스러운 이벤트, 급변함 보다는 따분하고 단조로움이 내게 맞는 옷이라는 걸 알았다.




결국 1년간 백수생활을 돌아봤을 때 가장 좋았던 건, 먹고 싶은 과자나 먹거리 재료를 속 편히 사다 먹을 수 있었다는 정도였다. 두쫀쿠 같은 트렌디한 과자도 아니고 예쁜 카페의 비싼 디저트도 아니었다. 동네 마트 가서 집어올 수 있는 정도로도 나는 만족하는 인간이었다. 이러면 돈을 그렇게 많이 벌 필요 없겠네 하면서 혼자 웃었다. 덕분에 생존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요즘 꽂힌 과자




이 외에도 1년간 요리 실력이 꽤나 늘었다. 매일 집밥을 해 먹고 도시락 반찬을 싸다 보니 요리에 있어 효율적인 순서라든지 맛내기 같은 스킬이 꽤 발전했다. 여러 종류의 레시피를 찾아보며 따라 만들어 보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도 1년간 천만원을 쓰고 생활하며 같이 얻게 된 꾸준한 취미생활이자 생존스킬인 것 같아서 조금 만족스러웠다. 1년간 별 거 없고 별일 없어서 좋았다.

물 조절 실패한 가리비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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