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는 아무나 하나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입니다)
많이 놀아본 백수경력자로서 뻔뻔한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백수도 국내 생산가능인구에 포함된 사람이라서 노는 게 쉽지 않다. 돈과 환경, 뭐라도 하고 있음, 멘탈력까지 동시에 받쳐줘야 조용히, 안 혼나고 놀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
첫째로 돈. 최소한 1년 이상은 놀려면 과소비는 하지 않지만 너무 억누르지 않는 수준으로 쓸 수 있는 머니가 준비되어야 한다. 수천만원은 가지고 있어야 그나마 안전빵이다. 몇 백만원 가지고는 마음 불편해서 노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둘째로 환경. 결혼해서 처자식(부자식)이 일단 없어야 하고 얹혀살아도 될 만큼 집이 그럭저럭 사는 정도는 되고 가족 중에 불 같은 성격의 사람이 없어야 한다. 엄청나게 잔소리를 해대는 사람 있으면 절대 오래 못 논다. 또한 본가가 어려워서 내 돈 벌어 갖다 줘야 하거나 내 가정이 있으면 어렵다.
셋째, 뭐라도 하고 있음. 요리와 청소를 비롯한 모든 집안일은 내가 해야 하고, 매일 쳐내듯이 꾸준히 관리해줘야 한다. 노는데 내 밥도 내 손으로 못해서 엄마가 해주시는 거 얻어먹고 가사에는 손 하나 까딱 안 한다면 그냥 일 못하고 욕 얻어먹어도 어떻게든 일하는 게 맞다. 노는데 밥만 얻어먹고 집안일 안 한다면 양심부터 챙겨야 한다.
또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 읽고 공부를 하든지, 몸관리 및 운동하든지, 뭘 배우든지, 사람들이랑 만나고 지내든지, 잘 꾸미고 열심히 돌아다니던지, 부업을 하든지 한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올데이 침대와 한 몸, 스마트폰과 한 손, 힘없는 얼굴로 되어 사는 건 같이 사는 사람에게 큰 민폐가 된다. 주변의 걱정을 사게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마인드셋. 뚝딱거리더라도 하기만 하면 되지, 완벽하게 할 수는 없어도 어찌어찌 인생 굴러만 가면 되지 와 같은 최소한의 낙관적인 마인드를 장착하면 잠은 잘 잔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인드로 바꾸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에 사람이 미쳐간다. 백수도 배짱이 있고 멘탈 싸움에서 이겨야 건강하게 살 수 있기에 아무나 오래 못한다는 거다. 그러니 멘탈 상태 안 좋아서 백수가 된 거면 더 심해지니 하루라도 빨리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경험자)
이 정도면 백수로 노는 조건을 다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육각형 백수가 될 수 있을 정도면 솔직히 백수를 안 할 것 같긴 한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백수를 하더라도 인생은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요약:
뭐든지, 뭐라도 조금씩은 시도해 보면서 백수생활을 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