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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Aug 21. 2024

깃털처럼 가벼운 타인의 말

줏대 있고 융통성 있게 살기

 전회사에서 사람들과 대화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나는 내향형 인간이지만 가벼운 수다를 떠는 건 좋아해서, 버스 정류장에서든 모르는 사람과도 이야기를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는 쉬는 시간의 수다의 장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나이를 먹고 내숭 없이 웃어대니 너무 아줌마스러워졌다고 친구가 얘기할 정도다.





    

 그런데 회사에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확실하게 느낀 게 한 가지 있다. 사람들은 어떤 한 주제에 대해서 이럴 때는 이 말, 저럴 때는 저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말이 바뀔까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잘 지켜보니까 대부분은 사람이 가볍기보다는 대화가 가벼워서라는 것을 알았다.  





   

 회사의 월급을 열심히 아껴가면서 모으던 시기가 있었다. 언제 또 내가 아프거나 하면 회사를 못 다니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었다. 옷도 안 사고 외식도 회사 밥만으로 퉁치고 오래된 폰을 바꾸는 것도 아주 많이 고민하던 때였다.



 회사 동료들은 나에게 옷 좀 사라, 주말에 외식 좀 해라, 폰도 바꿔라, 집에 있지 말고 데이트하러 나가라 등 온갖 소리를 다 하고 있었다(폰은 올해 초에 바꿨다). 자기는 내 나이 때 죽자 살자 놀러 다녔다나 뭐라나. 음 그래서 어쩌란 건지, 한동안은 한쪽 귀로 흘려들으며 지냈다.






 그러다가 1년 넘게 재직 후, 퇴사가 가까워졌을 때의 일이다. 동료들에게 내가 여기 회사에서 2천만원을 모아서 나간다고 말했더니 반응이 제각각인 게 아닌가. 누구는 칭찬해 주고, 누구는 은근한 질투나 비아냥을 드러내기도 했다.



 웃긴 건 나에게 돈 좀 쓰고 즐기라며 가장 많이 잔소리를 쏘아대던 동료가 하이 파이브를 건네면서 잘했다고 말한 것이었다. 정말로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터질 정도였다.      




이렇게 타인의 한 마디란
얼마나 깃털처럼
가벼운 것인가.



 내가 그 사람들의 말을 들을 리 없었지만 들었다 해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내 몫이었다. 그제야 내 일이 아니면 대충 쉽고 가벼운 말로 툭툭 던지고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버리기도 하는 게 보통 사람의 모습이구나 하며 이해하려고 했다. 또 이건 꼭 세상의 유행과 마케팅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옛날에도 욜로라고 돈 팡팡 쓰는 소비문화가 유행이라고 했다가 이제는 쏙 들어가고 다시 아끼고 필요한 데만 쓰자는 요노라는 게 뉴스에 나오지 않았나. 이렇게 믿을 수 없는 게 세상이고 사람이구나 하는 걸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실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다 한들 세상이고 타인이고 그 누구도, 무엇도 탓할 게 하나도 없다. 애초에 줏대 있고 융통성 있게 사는 사람이라면 휘둘리는 게 전혀 없더라는 것이다. 나도 옛날엔 성의 없는 남의 말을 진심으로 알고 귀 기울이다가 손해 본 적도 많았지만 지금은 남 탓할 거리를 아예 안 만들고 살게 되었다.     





 남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유행처럼 따라가지 않고, 남이 안 한다고 해서 따져보지도 않고 무작정 배척하지 않는 열린 마음이 살아가면서 중요하다는 걸 전회사에서 다시 복습한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 누구에게나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 선택과 결과의 모습에서는 그랬다.




 앞으로도 깃털같이 가벼운 남의 말은 적당히 흘려듣고 오로지 내 선택과 결과로 살아가자.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내 인생 하나 책임만 제대로 지면서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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