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함에는 끝이 없고
나는 밖에 오래 나가있어야 하는 상황을 앞두고 있을 때 준비하는 게 있다. 바로 미니 텀블러에 마실 물을 담아가는 일이다. 예전엔 모닝에 주스 통을 씻어서 썼는데 한 번씩 물이 새는 걸 알고는 바꿨다.
200미리의 미니 텀블러는 작아서 한 손에 들어오고 가방에도 넣기 편하다. 다 채울 것도 없이 반만 채워 나가면 무겁지 않고 밖에서 마시는 일이 없더라도 도로 가져오면 된다. 이런 루틴을 만들고 나니 밖에서 목이 마를 때 카페가 아닌 곳에서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원하는 건 딱 물 한 모금인데 가게에서 500미리 생수를 한 병 사 먹으려면 최소 700원을 써야 한다. 작은 돈이라면 작지만 계속 반복되면 아깝기도 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주변 지인들은 이런 데 관심이 없다 보니 만났을 때 생수를 사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함께 등산을 가기로 했는데도 물을 챙겨 오지 않아 근처 편의점에서 사는 걸 보았다. 미리 챙겨 오면 3~400원일 텐데 준비성이 없다 할지 천원을 너무 작은 돈으로 생각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초등학생 때는 소풍을 가면 음료수 페트를 재활용해 보리차 넣은 걸 얼려서 겉을 손수건에 고무줄로 감아 들고 오는 애들이 많았다. 내가 살던 동네만 그랬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손수건 감싼 얼음물의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처럼 테이크아웃 컵 등의 쓰레기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고 텀블러는 무겁고 커다란 보온병으로 투박하게 나오던 시절이라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편한 것만 추구하는 현재보다 조금 불편했어도 아낌과 절제를 두루 발견할 수 있었던 그때가 여러모로 좋았던 건 아닐까 싶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미니 텀블러에 물을 담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니 쓸쓸한 기분이 든다. 이게 환경적으로나 절약적으로나 개인의 차원에서는 최선이라고 한다면 아쉽지 않을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