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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탐구하는 백수생활

이것이 바로 갓생러인가

by 유주씨

직장인 오빠와 같이 살고 있다. 내 눈에 그는 갓생러로 보인다. 혹시 그 모습이 갓생의 예시라면, 나는 그와 똑같은 모습으론 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부터 외길 인생으로 한 분야에서 쭉 일해온 오빠는 잦은 야근과 주말 재택을 하고, 정시 퇴근한 날이나 주말엔 꼭 헬스장에서 웨이트운동을 하고 온다. 그리고 출퇴근하는 길에 다른 분야의 자격증 공부를 한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함께 살아보니 같은 남매인 나와는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어서 놀라웠다.



하지만 집에서 쉴 때 그의 입에선 험한 말이 나오고(라이프이즈헬, 내일 또 지옥문이 열린다 등ㅋㅋ) 방문을 열고 잘 때 거실로 들려오는 잠꼬대는 가끔 화가 나있다. 얼마나 끊임없이 많은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갓생러의 모습이란 정말 이런 것일까? 일과 운동, 자기 계발까지 하려면 그와 같이 엄청난 인내와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삶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빠의 연봉과 커리어 등의 이룬 것들을 시기질투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조용히 리스펙 할 뿐.



나는 여전히 진로탐색과 먹고사는 고민 속에 있지만, 그의 치열한 생활에 비하면 이 생활은 진정 호사와 다를 바가 없다. 미안함에 나는 매일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하고 장을 보고 요리해서 도시락을 준비하는 등 최소한의 양심과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다. 요리 실력과 오빠 얼굴이 점점 더 좋아지는 건 덤.



사실은 갓생을 원하지 않는(?) 오빠를 서포트하는 집사생활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 같다. 우리는 싸울 일이 없다 보니 내가 독립을 하거나 오빠가 장가를 가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얹혀 살지만 보탬과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계속 긴장의 끈을 꽉 잡아 본다. 무작정 혼자 자취했더라면 큰일 날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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