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엔 양면성이 있다
몇 년 간, 뉴스를 통해 여러 유명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보고 들었다. 멀리서 팬으로 좋아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한 분야에서 뛰어나고 멋있는 인생을 사는 모습들은 큰 동경을 느끼게 했었다. 그렇지만 그들도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며 살아가고 흥망성쇠를 겪는다.
언젠가 함께 일했던 언니가 그런 말을 했다. 본인은 사주팔자를 봤더니 큰 성공도 없고 큰 실패도 없이 사니까 여기 올 필요가 없다고 했단다. 하지만 언니는 이렇게 고만고만하게 살겠구나 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별생각 없이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르며, 어라 그거 괜찮은 인생 아닌가 싶었다.
개인의 인생에서 흥망성쇠가 있다면, 그 고저의 폭이 작은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큰 성공이나 큰 실패도 없이, 노력하면 어려움을 이겨내고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인생. 대박은 없어도 그만큼 잃었을 때 추락도 없을, 별볼일없고 고만고만하게 흘러가는 인생이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지나가 버린 기회와 흘러간 시간들을 만회하고, 어떻게 무마시켜 볼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역시나 남들과 다르지 않게 대박을 노리며 로또를 사기도 했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었다. 무의미한 듯 흘러간 시간 속에서 속 썩이던 마음건강이 한결 좋아졌다. 사고가 바뀌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생기는 감정을 이해하고 소화하게 되었다.
가시 세운 고슴도치 같던 옛 모습을 기억한다는 주변인들은 현재 모습에 어떻게 이렇게 무던해졌냐며 놀라워한다. 오래전부터 내가 바라던 걸 얻었으니 됐다. 이젠 잔잔하고 소박하고 기복이 심하지 않게 흘러가는 인생이었으면. 해변을 때리는 높은 파도 같은 흥망성쇠는 담대한 인물들의 몫으로 두고, 난 졸졸 흐르는 산속 시냇물처럼 별볼일없이, 고만고만하게 존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