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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정 Apr 06. 2022

여자 축구 도전기 - 골 때리는 그녀가 되었다

인생의 '선' 넘기

나 축구 시작했어


이 말만 들으면 모든 사람들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운동이 그렇게 많은데, 왜 하필 축구?'라는 반응을 보였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성인이 되면 팀스포츠를 할 일이 없고, 더욱이 축구는 '남자들이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내가 축구를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축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바로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때문이었다. 그렇게 재미있다길래 주저없이 시청 버튼을 눌렀고, 앉은 자리에서 4편을 정주행했다. 프로그램이 재밌는 건, 무엇보다 참가자들이 축구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면 몸이 재산이기에 사릴 법도 한데 모두가 죽을 힘을 다해 뛴다. '골 때리는 그녀들' 에서 설렁설렁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열정적으로 뛰는 참가자들이 '축구가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고 입 모아 말하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축구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 어떻게 시작하나요?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동호회에 들어가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인스타그램에 '(지역명)+여자축구'로 검색을 하는 거다. 업체에서 운영하는 클럽도 있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동호회도 있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에 입단 신청을 하면 된다. 대학생이라면 학교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


운동은 '장비빨' 이라는 말이 있다. 축구도 물론 좋은 장비가 있으면 좋지만, 다른 운동에 비하면 저렴하다. 꼭 필요한 것은 풋살화와 유니폼, 스타킹, 정강이 보호대 뿐이다. 나의 경우 풋살화는 인터넷에서 44000원을 주고 샀고, 정강이 보호대도 10000원 이하였다. 유니폼과 스타킹은 구단비를 내니 클럽에서 줬다. 모두 다 합쳐서 10만원 정도였다. 강습비도 한달에 8시간, 66000원이라 부담되지 않았다. 물론 클럽마다 비용 차이가 있지만, 내가 찾아본 결과 보통 1시간에 2만원 이하였다 (물론 일대일 강습 제외!)



"축구 해보니까 어때요?"


축구 시작 전에는 룰이 어렵지 않으니 공만 차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얼마나 안일한 생각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공을 원하는 위치로 차고, 팀원의 위치를 파악해 패스 플레이가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밖에서 보면 설렁설렁 뛰는 것 같은데 안에서는 3분만 뛰어도 죽을 것 같았다.


친구들이 "3개월동안 실력이 얼마나 늘었어?" 라고 물으면 "여전히 축구를 잘하진 못한다"고 답한다. '골 때리는 그녀들' 출연진처럼 실력이 훅훅 늘려면 일대일 코칭과 엄청난 연습시간은 필수다. 내가 다닌 클럽은 매주 금요일 2시간 훈련을 했다. 이외에는 따로 축구 연습을 하지 못했기에 실력이 많이 늘진 못했다. 축구를 배웠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 축구를 하는 이유는 '희열감'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고, 패스플레이를 하고, 운좋게 골을 넣는 날이면 그 짜릿함이 일주일동안 지속됐다. 학창시절 운동을 싫어해도 모두들 체육대회는 즐겁게 참여했을 것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다른 운동과 달리 팀스포츠이기 때문에 더 으쌰으쌰하고, 재미는 배가 된다. 그래서 축구를 하는 매주 금요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인생의 선을 넘어보자


여자는 축구를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축구를 하는 대다수가 남성이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깨닫지 못했지만, 나도 모르게 선을 그은거다.


내가 주위에 하는 여자가 거의 없다는 이유로 축구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인생의 큰 즐거움 하나를 잃었을 것이다. 축구가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무의식 중에 그은 선이 있을 수 있다. 축구를 하면서 하나의 선을 넘었으니, 앞으로 다른 선들도 넘어보려고 한다. 그 선 너머에는 어떤 즐거움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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