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베개솜을 뜯어 그러면 기분이 조크든요!
며칠 전 옆에 있던 겨울이가 없어졌다. 현관문은 닫혀있었고 화장실이며, 펜트리, 신발장, 벽장에도 없었다. 가만히 아들 방문 앞에 가니 우는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바로 튀어나왔다. 그런가 보다 했다. 늘 있는 일이니.
그날 밤 학원을 마친 아들이 팬티 바람으로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덩치가 있고 그림자가 져 깜짝 놀랐다. 아들이 놀란 나를 보며 자신의 이름을 몇 번이나 말했다. 겨우 진정을 하고 휴대폰을 보니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들이 늘 끼고 자는 쿠션 베개를 보여주며 겨울이가 오줌을 싼 것 같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어휴. 낮에 잠시 갇혀 있을 때 오줌을 싼 모양이었다. 다행히 침대 이불에는 영역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날 세탁기에 베개 솜을 넣으니 꽉찼다. 1시간 40분 넘게 빨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새에 쓰레기봉투를 사러 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시골에는 솜을 트는 기계가 있다. 저렇게 뭉친 솜을 뜯어서 빗같이 생긴 기계에 얹으면 드럼통같이 돌면서 펴진다. 그걸 생각해 내고 손으로 뜯어보자 싶었다.
심하게 붙은 부분은 조금인데 정말 막노동이 따로 없었다. 하다 보니 은근 스트레스도 풀리고 유튜브 보면서 정신없이 솜을 뜯기 시작했다. 중간에 동생이 전화가 왔길래 오줌 싼 베개솜 빨아서 손으로 뜯고 있다고 하니 한숨을 쉬면서 버리라고 하고 .. ㅎㅎ
뭣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렇게 놀고 있다. 세탁이 잘 되었는지 냄새는 안 나고 뭉친 곳만 뜯어주었다. 겨울이만 훼방을 하지 않았어도 더 빨리했을 텐데 좋다고 저 솜 속으로 들어가고 점프하고. 먼지도 나고 자꾸 먹으려고 해서 최대한 빨리 진행했다. 츄르로 유인해 놓고 베개 속통에 넣기 시작.
울퉁 불퉁하지만 나름 성공적. 아들이 어차피 다리에 끼고 뭉개고 할 거라 저 정도로 모양이 잡힌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한다. 어후.
어찌 저기다가 오줌을 지린 건지. 차라리 이불에 지렸으면 좀 더 편했을 텐데.
왜 꼭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냐고. 어휴...
사실 저런 베개가 집에 3개라는...
오랜만에 고된 집사 생활!
아파서 오줌을 지린 게 아니라서 다행이고 다음부터는 다른 방엔 못 가게 문단속도 잘해야겠다.
이눔아. 엄마는 너무 피곤하단다.. 저거 뜯고 1시 넘어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