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동기부여

자발적 잔다르크

by 신의손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지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고 누가 나에게 이 길고 긴 경력단절의 터널을 벗어나는 실제적인 방법을 알려 주는 사람 또한 없었다. 그냥 내가 알아서 해 내야 했다. 나는 자발적 잔다르크가 되어야 만 했다. 가끔 유튜브에서 동기부여 영상들을 보면서 나의 나약함에 대해 질타를 하곤 했었다.

벼랑 끝으로 나를 몰아붙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기는 동기부여 영상이 좋았다. 처음 전효진변호사님의 공부했던 과정들을 듣고 눈물이 났다. 후회를 정말 많이 했다. 나는 아직 멀었다. 나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새 발의 피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래서는 나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목표를 높게 잡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하자. 뭐 이런 마인드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주위에서는 온갖 말들이 오간다.


놀자, 해서 뭐 하니?
취업이 될 것 같니?
나이 들어 공부 필요 없다.
살림이나 똑바로 해라.
애나 잘 키워!!


내 주위에는 공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다 전업주부에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 가지고 설렁설렁 현모양처 코스프레 하면서 적당히 편하게 돈 쓰면서 시간 때우는 사람들뿐이었다. 필요도, 의지도, 생각도 없는 정말 머릿속은 깡통 같은 그런 사람들 속에서 나만 죽기 살기로 혼자 길고 긴 마라톤을 하고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그 길을 혼자 헉헉대며 뛰고 있었다. 도서관에 가면 전부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는 사람들뿐인데 집에 있으면 아파트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수다만 떨고 돈만 써댔다. 애들 재워놓고 술에 나이트에.. 하여간 그런 아줌마들도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하여간 그러했다. 타이밍 좋아서 취업이 되어 직장을 다니니 사람들이 전부다 치열하고 열심히 산다. 나름의 공부를 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학원을 가니 거긴 또 다른 세계 정말 다양한 직업군에서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 같이 공부를 하니 나는 더 초라하고 배워야 할 것들도 많았다. 힘든 시기에 대학원을 가서 민폐 같아 중도에 포기도 하려 했지만 무사히 학위를 받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늘 완벽하지 않아 나름의 규칙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게 나를 위한 가이드를 세우고 살아야지 정말 막살다가는 다 망한다. 물론 나의 모토가 막살기이기는 하지만 나는 성격상 정말 막살지 못해서 막살기로 정한 것이다. 목표를 100으로 정하면 최대 80까지는 간다고 본다. 100대로 다 살기는 힘드니까. 그래도 80이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자격증 시험도 대부분 60점이 합격 컷이다.


인생이란 것이 매일 좋을 수가 없다. 번아웃도 오고 인생의 끈을 놓고 싶을 때도 있다. 매일 좋으면 그것도 좀 정신과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프가 좀 춤을 춰줘야 인생이 극적이지 않은가? 바닥도 좀 치고 아스팔트에 끌리고 찢기고 피가 나야 상처가 아물면서 새살도 돋고 경험도 하면서 그래서 처음인 인생 한 겹 한 겹 아름답게 쌓일 것이다. 안 아프고 살면 참 좋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고 본다. 아들 둘 때문에 눈물바람 하며 힘들어하는 나에게 '바닥을 치면 올라오는 것만 남았으니 좋은 글 재료가 될 것 같다'라는 어떤 선생님의 말씀처럼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열심히 한다고 결과가 다 좋으면 그것도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겠지?

그러나 지금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나중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작건 크건 20년 동안 혼자서 아등바등 공부해 보니 언젠가는 다 쓰이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의미 없는 노력도 없고 의미 없는 공부도 없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노력하고 노력하며 산다. 모든 사람이 금수저가 아니고 가진 것 없으면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굶어 죽을 수는 없고 나 혼자면 굶는데 자식이 굶는 건 못 보니까. 그러니 현실의 내가 노력해서 미래의 나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어야 한다. 한평생 먹을 것, 입을 것, 공부할 것, 할 말, 만날 사람의 수, 잠자는 시간 같이 사람이 살면서 해야 할 것과 등 모든 것이 모두 다 정해져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생에도 질량보존의 법칙이 있는 것이다. 지금 하면 나이 들어 안 할 것이고, 지금 안 하면 나이 들어 안 해도 될 것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경력단절여성으로 집에서 밥이나 하고 애들 똥기저귀나 가는 게 너무 싫었다. 사회에서 조직의 일원으로 내 힘으로 살아내고 싶었다. 남편의 지지나 지원 따위는 기대할 수도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다. 집중할 수 있을 때 늦지 않을 때 공부를 해야 하고, 그 공부를 해 내는 힘은 절실함인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공부에 늦은 때는 없지만 나의 뇌와 몸은 느려진다는 걸 항상 기억해야 한다. 생각하는 걸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도 필요하다. 집에서 똥기저귀 갈면서 밥이나 하고 홀대받으며 남편이 주는 돈 천원도 검사받으며 쓰기 싫었다. 내 인생을 그렇게 허비하기 싫었고 그렇게 죽어가기는 싫었다.


살아있는 나로 살고 싶었다.





이전 01화나는 경력단절 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