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오해

유서쓰는 엄마

by 신의손

제3의 성으로 나름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남의 편이라고 남편인가 싶고 나를 빼면 한가족인 시댁은 결혼도 처음이고 출산도 처음이고 며느리도 처음인 나에겐 버거웠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욕을 잘하는 편이 아니고 입 밖으로 해본 적이 거의 없다. 다른 사람들은 욕도 잘하고 하더니 나는 그게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날도 속에서 올라오는 울분을 한가득 안고 안방으로 들어가 책상에 앉아 A4용지를 꺼내 들고 욕을 쓰기 시작했다. 욕을 쓴다고 표현하지만 그동안의 하소연이고 내가 바라는 것들을 쓰는 것이었다. 종이에 휘갈기며 글을 쓰다 보니 내 인생도 불쌍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 눈물이 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글을 쓰던 팔이, 손이 아파오고 한바탕 울고 나니 마음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갔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안방문이 열렸고 내 뒤로 아들이 서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은 마치 엄마가 당장 어떻게 될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퉁퉁 부은 눈을 닦으며 아들을 바라보는데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엄마 괜찮아?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나 아들에게 내가 물었다. 그날 왜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무척 궁금했기도 했고 혹시 너무 놀라 그날일을 마음에 두고 있나 싶어 마음이 쓰였다. 7살 아들 입에서 나온 말은 나의 예상을 벗어난 말이었다.


엄마가 유서 쓰는 줄 알고



유서라는 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엄마라는 사람이 유서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니 눈물이 나려고 했다. 엄마가 몹쓸 병에 걸려 곧 죽을 것이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안방에서 유서를 쓰면서 울고 있었다고 생각을 했다는데 얼마나 충격이었을지 안타까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때 나는 깨달았다. 애들 앞에서는 물도 함부로 마시면 안 되고 뭘 해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그 뒤로도 종이에 글로 된 욕을 쓰는 날이 있었지만 대낮에 아이들과 있을 때는 쓰지 않았다. 지금은 종이가 아닌 노트북을 이용하기도 하고 그때와는 달리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각자 바쁘니 낮시간에 만날 일이 적어 아쉽기도 하다. 내가 좀 더 노력해서 아이들이 걱정하는 나약한 엄마는 되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엄마로서 조금은 성장해야 했던 이 웃지 못할 유서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울고 짜고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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