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직장인으로 집과 회사만 다니고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타인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헌혈이었다. 피는 매일 새로 생기고 나의 건강을 체크할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당장 수혈을 하는 데는 문제가 있었다.
자궁 적출 수술 전까지 평생을 7점대의 헤모글로빈 수치를 가지고 있었다. 수혈을 하기도 애매한 7점 중반의 그 수치는 거짓말처럼 자궁 적출 당일 검사에서 무려 11점대가 되었다. 내 수술을 담당한 의사선생님도 흔하지 않는 경우라며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냐고 물었다. 나는 평생 창백하고 기운 없고 어지럽고 지치는 그런 삶을 살아와서 그게 나였고 불편함은 없었다. 몇 년 동안 다이어트를 하면서 체중 감량을 했고 한동안 수혈 기준 체중인 45kg에 미달이 된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헌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길치인 내가 아침 일찍 집을 나와 길 찾기 앱으로 더듬더듬 헌혈의 집을 찾아갔다.
직장이 병원이다 보니 채혈은 무섭지 않았지만 헌혈을 못하고 돌아올까 걱정이 되었다. 전자문진을 하고 물을 500ml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내 차례가 되었다. 혈압을 재고, 피를 뽑아 혈액형 체크를 했다. 다행히 나는 내가 알고 있던 A+ 형이 맞았다. 아침을 먹지 않았다고 하니 헌혈을 할 수 없다고 했지만 몇 년째 1일 1식 한다는 말에 체중계에 올라서라고 했다. 체중계의 숫자가 45kg을 넘어섰다. 요즘 체중이 늘고 있어서 스트레스였는데 찌는 살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바코드가 인쇄된 띠가 내 손목에 채워졌고 채혈 의자로 안내되었다. 소독을 한 팔에 바늘이 꽂혔다. 전혈은 10분 정도로 헌혈 시간이 짧다. 헌혈을 마치자 내가 고른 선물과 음료수, 과자, 그리고 첫 헌혈자에게 주는 네임텍이 담긴 바구니가 내 손에 쥐어졌다.
수혈을 마쳐도 바로 집에 갈 수 없다. 일정 시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소파에 앉아 쉬는데 갑자기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먹은 게 없으니 나올 것도 없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웩웩거릴 수는 없으니 얼른 음료수를 마셨다. 맞은편 소파에 앉은 분과 스몰토크도 하고 비타민도 선물로 주셔서 감사했다. 레드커넥트 앱을 깔면 채혈한 뽑은 피검사 결과를 알 수 있고 방문하지 않고도 전자문진과 헌혈 예약도 할 수 있다. 첫 헌혈해서 네임텍도 선물 받았다.
버킷리스트에는 없었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꾸준히 하고 싶다. 오늘은 첫날이라 전혈을 했지만 다음엔 시간이 좀 더 걸리는 성분헌혈을 해 보고 싶다. 헌혈 도장 깨기 헌혈유공패에 도전한다. 30회부터 은장, 금장 (50회) 명예장(100회), 명예대장(200회), 최고명예대장(300회 )을 준다니 30회 도전. 은장을 받으면 30회는 없어지는건가? 하여간 오늘은 새로운 것에 도전한 것에 만족한다.
내가 하는 헌혈이 생명을 살리는 일에 조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착한 일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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