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하는 순간 신도 알아차린다.
포기하면 실패지만 계속하면 과정
태어나서 일곱번 도전한 시험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떨어져 본시험도 처음이었다. 내 자존감은 이미 바닥나 있었다.
모든 시험이 그렇지만 공부시간을 많이 가진다고 꼭 합격하지 않는다. 물론 노력을 하지 않고 합격만 바란다면 그것은 사기다. 모든 공부에는 합당한 공부시간과 노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자신을 믿는 확고한 신념도 있어야 한다. 겸손과는 별개로 자신의 노력을 믿고 끝까지 해 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나는 거의 모든 시험에서 한 번에 모든 것을 끝내는 편이었다. 필기를 치고 실기를 쳐도 동차에 합격하고 학원을 다녀도 그 사람들 중에서도 최고로 잘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나는 공부하는 방법도 알았고 실제로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을 좋아해 기본적인 베이스는 가지고 있었다. 나는 자신이 있었다.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물론 도를 넘어 자만으로 치닫게 된다면 어느 순간 신도 알아차리고 나에게 비추었던 따뜻한 햇살을 거두어 간다.
평소 음식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한번 먹어본 음식도 곧잘 만들어 냈던 나는 어린이집 조리사를 목표로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려 마음먹고 인터넷에서 기출문제를 전단지 뒷면에 인쇄해 애들을 재워 놓고 밤마다 풀었다. 그때는 1~2만 원 하는 문제집 살 돈도 아까웠다. 무엇보다 필기는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다. 그렇게 필기는 합격을 하고 교육청에서 경력단절여성대상으로 하는 한식실기수업을 운 좋게 무료로 듣게 되었다. 한 달이 좀 넘는 기간 동안 하루에 두가지씩 실기시험에 나오는 음식들을 배우고 시험 접수를 했다.
2012년 9월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나는 자신감이 충만해져 있었다. 그러나 실기시험이라는 게 실력이 다가 아니다. 운도 따라줘야 하고 환경적인 조건도 나에게 맞춰줘야 한다. 나는 첫 시험에 메인 재료인 굴을 사용하지 않은 채 제출해 50점 후반에 떨어지고 말았다. 60점만 넘으면 합격인데 정말 재료가 보이지 않았다. 첫 시험은 떨어져도 할 말이 있다. 첫 시험이니까. 그런데 두 번째 시험도 떨어졌다. 세 번째 시험 때 케리어에 시험도구들을 싸는데 화가 났다. 마음도 다잡고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또 떨어졌다. 보다 못한 여동생이 세라믹 칼을 사서 보내주기도 했었다. 그렇게 일곱번의 시험을 치르고 나는 합격했다.
2013년 5월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은 시험장에 가는 케리어를 쌌다. 일곱번째 시험은 장국죽과 육원전이 나왔다. 쉬운 것 같지만 절대 쉽지 않다. 장국죽은 쌀알이 다 퍼져야 하고 밥이 되면 안 된다. 말 그대로 죽이 어야 하고 육원전은 동그랑땡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계란물이 원형으로 자리 잡혀야 하고 타면 안된다. 지금은 과목변경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략 30개 정도의 메뉴가 랜덤으로 2가지 나오고 시간은 50~60분 사이에 완성작을 제출을 해야 한다. 그리고 화구가 한개이다. 내 손이 아무리 빨라 신의손 일지라고도 두가지의 음식이 한꺼번에 불위에 올라갈 수 없다.
나는 이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많은 깨닮음을 얻었다. 인간이 늘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늘 실패하며 루저의 삶을 사는 것도 아닌데 자존감을 뛰어넘은 자만심은 하늘도 벌을 주는구나 싶었다. 늘 나를 응원하던 동생도 이유를 모르겠다며 포기하라는 말까지 했었다. 나는 자존심이 상했고 틈틈이 집에서 연습도 했었다. 연습과 실전은 다르지만 그렇게 라도 슬럼프를 극복하고 싶었다. 많은 시험을 봐온 것은 아니지만 일년에 한개씩은 자격증을 준비했었고 노력한 만큼 결과도 따라 주었기에 나는 내가 마음먹고 하고자 한다면 다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이 어디 내 마음 같을까? 엎어지고 등 떠밀리고 꼬꾸라져 봐야 정신이 드는 법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 느낌적인 느낌? 감이 온다. 합격할 것인지? 불합격할 것인지?
어중간하게 공부를 하고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히면 그때부터 변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자꾸 이유를 만들어 낸다. 가끔 공부를 하지 않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사람인데 아무것도 안 하고 변명만 하는 사람을 보면 너무 답답할 때가 있다. 낮에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신경 쓸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눈치 보며 밥 차려야 되는 남편도 없는데 도대체 왜 공부를 안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 낸다. 아침 6시에 출근할 때도 핸드폰으로 기출문제를 찍어 지하철에서 봤고 메모지에 외워지지 않는 것들을 적어 화장실 거울에 붙여놓고 양치하는 시간에 봤었다. 나의 활동반경에 맞춰 시간을 만들어 냈었다. 아무리 남이 자리를 만들어주고 코치를 하고 시간을 만들어 준다 해도 결국 공부는 자신이 하는 것이다.
차라리 변병을 하지 말고 자신을 탓하는 게 솔직하다. 그리고 일곱번 떨어져도 계속 도전했던 나의 도전정신은 칭찬했었다. 사실 그 정도 했으면 포기인데 계속하면 과정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될 때까지 했던 나의 끈기는 지금도 칭찬해 주고 싶다. 누구에게나 어떤 시험이든 쉬운 건 없다. 다만 나처럼 자만심에 빠져 제대로 하지도 않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을 그 누군가는 자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용기가 생겼으면 한다.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 하되 자만하지 말 것! 자만하는 그 순간 신은 내편이 아니다.
포기하면 실패지만 계속하면 과정이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