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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Dec 16. 2023

주말을 즐기는 법

나는 또 김밥

 주말의 아침은 아침이 아니다. 주말을 맞이하는 직장인 워킹맘의 마음가짐은 충분히 전투적이 된다. 늦잠을 자고 싶어도 우리 집 고양이님이 밥 달라고 울어대서 새벽 3시부터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고 나면 어느새 해가 떠 있다. 그렇게 토요일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밥이 무엇인지, 자식이 무엇인지, 사람이 왜 사는지 매일매일 느낀다. 엄마라서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정말 내가 아니면 굶어 죽을 것만 같아서 정말 죽을 둥 살 둥 거둬 먹이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라면 하나, 콜라하나 에도 자신들의 입맛에 대한 존재감을 뽐낸다. 절대 풀은 먹지 않아 매일 다른 고기를 준비해 굽거나, 볶거나, 조리거나 늘 다른 반찬을 해주려 노력한다. 산적같이 큰 아이들이 된 지금 서로가 서로에게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법도 한데 그렇지도 않다.



 자식들에게는 고기를 주고 나는 다시 김밥을 싼다. 김밥을 매일 먹는 나를 보고 아이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다. 고기가 맛있지 김밥이라니?  어쩌면 내가 토요일이나 공휴일에도 늦잠을 자지 못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년에 작은아이까지 수능을 보고 타지에 있는 대학을 간다면 나는 나만의 자유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도 고양이 수발은 들어야겠지만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가용 시간의 몇 곱절은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만큼 외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나의 진로에 대해 매일 같이 고민하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어느 정도 윤곽은 나와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있지만 온 집안에 남자들만 득실대니 나는 매일매일이 너무 힘들고 고단하다. 마치 세 살짜리 아이들을 4명 키우는 것 같다. 하나같이 자신이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조잘조잘 자신이 원하는 것들만 내뱉는 것 같아 어디 대나무 숲이라도 찾아가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을 때가 많다. 사실 지난번 추석명절에 호텔로 도망을 간 것도 정말 휴식이 필요해서다. 이놈의 집구석에서 매일매일 김밥만 싸고 있는 나를 보면 가끔은 울화통도 터지지만 지금은 이 얼마 남지 않은 수발인생을 나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곧 끝날 수발인생을 말이다.

 김밥을 싸면 정말 예쁘게 잘 싸질 때가 있고 또 김이 찢어지가나 썰다가 옆구리가 터져서 숟가락으로 퍼 먹어야 할 때도 있다. 남들처럼 돌돌 잘 말아서 예쁘게 세팅도 하고 사진도 잘 찍고 싶다만 내손이 칼인지 어찌나 잘 찢어지고 터지는지 내 마음도 함께 터질 때가 많다. 그럴 때는 그냥 빨리 내 입으로 처리하고 만다. 안 보면 덜 마음 아프니까. 오늘이 토요일이라 다행이다. 내일 하루가 더 있으니 그래도 마음이 좀 여유롭다. 아이들에겐 갱년기가 오는 것 같으니 엄마를 조심하라 일러뒀지만 둘째는 원래 엄마는 고함 잘 지르는 사람이라고 갱년기 핑계 대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들으니 내가 그렇게 고함만 질러대는 엄마인가 싶어 자아성찰도 해본다.

 강풍이 불고 겨울 혹한이 온다고 안전문자도 오고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동파방송도 여러 차례하고 있다. 겨울은 겨울이라야 제맛이다. 그래야 봄이 더 따뜻할 테니. 나도 곧 한 살을 더 먹어 아줌마중에 아줌마가 되어 가지만 추운 겨울도 그냥 즐겨보려 한다. 내일아침엔 김밥을 싸 먹어야겠다. 옆구리가 온전한 김밥과 따뜻한 가락국수국물이랑 같이 먹으면 좋겠다. 남은 주말을 즐겨보자. 그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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