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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끼 Jul 25. 2019

뉴욕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법

[뉴욕 유학은 처음이다] 시리즈는 뉴욕 유학이 처음인 모든 분들, 한국에서 평생 나고 자라 뉴욕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분들, 이미 한국 교육 시스템에 뼛속 깊이 익숙해진 모든 분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쓰는 글입니다. 저는 2017년 가을 학기에 디자인 석사로 뉴욕 간 유학생이고, 이 전에는 한 번도 외국에서 살아본 적도 공부해본 적도 없는 한국 토박입니다.


1

뉴욕에서 룸메이트와 셰어하우스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


어디서 언제 집과 룸메이트들을 구하고, 어떻게 사는지에 말하기 앞서 왜 뉴욕에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그냥 집값이 너무나 비싸다. 특히 뉴욕 맨해튼은 정말 턱이 빠지도록 비싸다. 여기에 유학생에게 이 턱 빠지는 가격을 1년 치 뭉텅이로 내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이미는 집주인들도 많다. 구체적으로 얼마냐면 평균적으로 사람이 살만한 동네에서 혼자 살려면 기본적으로 한 달 200만 원은 생각해야 한다. 물론 동네가 도시에서 멀어지고 뭔가 칙칙해지고 방이 좁아지다 보면 혼자 150만 원에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아프트에 세탁기 딸리고 좀 안전한 동네에서 혼자 산다 싶으면 250만 원에서 350만 원으로 치솟는다. 

혼자 살 생각이 깡그리 사라진다. 


2

누구랑 살아야 할까?


첫 번째. 한국인이랑 산다. 

장점으로는 

1) 생활패턴이 맞을 확률이 높다. 특히 한국에서 10대를 보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활방식을 가질 확률이 매우 높다. 소리에 대해 적어도 눈치를 본다던가, 늦은 밤에 부엌에서 음식 파티를 한다던가 하지 않은 경향이 있음. 

2) 음식취향이 비슷하다. 김치 된장 같은 냄새를 서로 용인해준다. 그리고 같이 식사할 수 있는 행복.

3) 말이 통한다. 한국말 쓰니까요 그렇다고 생각이 통한다는 건 아닌 건 모두가 아는 사실


단점으로는

1) 영어를 안 쓴다. 마치 집에 오면 이게 미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린다. 확실히 외국인 룸메들이랑 사는 애들이 한국 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꼭 미국 문화가 아니더라고)에 금방 익숙해지는 것 같음. 

2)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면 더 화남. 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인데 왜 저러지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음 원래 기대가 있으면 분노도 더 큰 법이다. 애초에 말이 안 통하면 대충 서로 참는다. 


*한국인 룸메는 헤이 코리안즈, 혹은 유학생이라면 본인이 속한 학교 페이스북에서 찾아보기.



두 번째. 외국인이랑 산다.

장점으로는

1) 매일 영어를 쓰면서 유학하는 특혜를 맘껏 누린다. 외국인 친구와의 영어 담소! 새로운 문화! 새로운 친구! 이것이 유학을 온 목적 일 수 도 있다.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과 함께 멜팅팟 미국의 즐거움을 즐길 수도 있다. 영어실력이 느는 것은 덤.


단점으로는

1) 생활패턴이 매우 다를 수 있다. 언어를 떠나서 생활패턴이 다르면 서로 이해도 안 가고 열불만 난다. 어떤 것이 예의인지 어떤 것이 도덕적으로 허용되는지 사회문화적으로 모두 다른 곳에서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하나하나 토론하고 하나하나 다시 정해야 함. 물론 이거 해도 눈 돌아가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겪을 수도 있으므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외국인 룸메는 craigslist, roomize, spareroom, 페이스북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근데 제일 중요한 것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국적과 문화적 차이점에 상관없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우선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당신의 사주팔자의 운에 맡김.



3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하나요


뉴욕 맨해튼/브루클린 기준으로 말하겠다. 


1) 역세권

뉴욕은 자가용 타면 큰일 난다. 버스와 지하철로 다니는 복잡한 대도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역세권에서 살아야 한다. (당연한 소리 중) 참고로 브루클린은 g라인을 기점으로 왼쪽 안에 사는 것이 대체로 안전하다. 혹은 g라인 근처. 오른쪽으로 벗어나면 총소리 듣기 가능.


2) 런더리(세탁실)

집에 세탁기가 있는 건 그런 건 없고, 빌딩에 런더리가 있어야 그나마 살 것 같다. 만일 런더리가 없어서 매주 외부 런더리에 그 크고 냄새나는 세탁바구니를 들고 가야 한다면, 그냥 한국 가고 싶어 질 것이다. 이것만큼은 웬만하면 양보하지 말자. 


3) 신식 아파트 vs 구식 건물

개인적으로 신식 아파트를 추천하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2번이 대부분 해결됨. 그리고 확실히 벌레들이 있을 확률이 낮다. 구식 건물도 내부는 신식인 경우가 있는데, 의외로 멀쩡할 수 있다. 이건 실제 방에 따라 다르므로 직접 보고 선택해야 한다.


4) 24시간 도어맨

최근 우리 동네(브루클린)에 지어지는 신식 아파트는 도어맨 즉 경비원들이 없다. 이 말은 배달이 오면 내 패키지들을 1층에 후다닥 던지고 사라진다는 뜻이다. 없어지면.. 그냥 울 뿐. 짐을 맡아주고 관리해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심적으로 안전하다. 없으면 매우 아쉽고 있으면 생각보다 좋은 고려사항


5) 엘리베이터 유무

없는 집 많음(구식 건물)


6) 프라이빗 룸

마스터 베드룸은 화장실이 따로 달린 최고의 방이다. 그만큼 비쌈.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프라이빗 룸이 적절한 선택이다. 최악은 거실 방이다. 그냥 거실에서 이불 깔고 자는 거다. 이걸 한 달에 70만 원 받는 집 봄.


7) 기타

화장실 없는 집. 아래층이 바라서 밤마다 파티하는 빌딩. 5명 이상이 우르르 사는 집. 창문이 없는 방. 하여튼 온갖 고려요소들이 있음. 


그래서 내가 우선적으로 고려한 사항은

1. 가격: 한 달에 월세 100만 원 이하

2. 룸메: 전원 여성이고 나포함 3명 이하

3. 세탁실 구비

4. 개인방

5. 방에 에어컨 히터가 따로 있어야 함 (공동 에어컨 싫음)

6. 내 방에 창문이 있어야 함

7. 데스크가 들어갈 만큼 커야 함


다행히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아파트에서 2년째 잘 사는 중이다. 



4

어떤 마음가짐이 좋을까


2년간 짧은 유학생활 동안 나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부보다 더 힘든 게 룸메이트와의 관계였다. 한국인끼리 사는 친구들도 있고, 외국인과 함께 사는 친구들도 있지만 모두 각자 다른 고민을 가지고 살아간다. 완벽한 룸메이트를 찾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서로 조율해나가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가족 친구들을 쉽게 보지 못하고 타향살이하는 룸메이트들끼리, 서로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셰어하우스로 사는 것과는 다르다. 비자 문제로 인해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문화생활권에서 적응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수 도 있다. 기본적으로 다들 한국에서의 평소의 자기 자신보다는 더 예민하고, 짜증스럽고, 힘든 심리적 상태라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은 배려하고, 내가 배려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지혜롭게 상황을 타개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나는 미국에 오기 전 밥 안치는 것도 몰랐다. 화장실 청소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빨래도 해본 적이 없다. 정말 편하게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내 가족들은 내가 미국에서 공부는 할지 언정 과연 제대로 먹고살 수 있을지 엄청나게 걱정했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빠르게 타지 생활에 적응했고, 나의 좋은 룸메이트들은 내가 뉴욕살이에 적응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과일을 보관하는 법, 버스를 타는 법, 관리인에게 문자 하는 법.. 하나하나 새롭게 배우면서 나는 새로운 내가 될 수 있었다.


분명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산다는 건 부담스럽고 짜증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룸메이트들과 살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생각보다 나는 배려심이 있었고, 생각보다 나는 짜증을 내고, 생각보다 나는 룸메이트로 괜찮은 사람이었고, 생각보다 나는 혼자 사는 것을 선호했다. 부모님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 가면서, 나는 나에게 대해서도 더 잘 알아가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러니까 셰어하우스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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