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 마디면 되는데

by 숨비소리

식물을 놓을 선반이 도착했다.
중국산이었는데, 알리에서 직접 구매해도 될 만큼 뭔가 조잡한 냄새가 나는 물건이었다.

'이거.... 화분을 지탱하기는 할 수 있을까...'

하면서도 조립을 했다.
조립을 하니, 부품으로 흩어져 있을 때보다는 좀 더 믿음이 갔다.
화분을 놓는 곳이 약간 기울어져 있었는데 용케도 화분이 떨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고 있었다.
조립의 문제가 아니라 원래부터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은데 대체 왜?
뭐, 떨어지지 않으니 됐다.

조립을 하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나는 손이 야무지지 않은 편이라 무얼 만들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이해력은 좋은 편이라 설명서는 빨리 터득한다.
그러니 시간만 있으면 조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내가 못마땅해서 늘 내게 넌 대체 애가 왜 그리 느리냐 같은 말들을 쏟아내곤 했다.
시간만 있으면 할 수 있는데.
그냥 좀 느릴 뿐인데.
아니, 어찌 보면 그냥 엄마가 너무 빠른 건데.
내 장점을 봐줄 줄 아는 엄마를 만났다면 좀 더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을까.

힘든 딸에게 하나님을 믿어보라며 매일 전도문자를 보내는 친정엄마를 보면 그저 한숨만 새어 나왔다.
엄마는 이 와중에도 그것밖에 눈에 안 들어오는구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구나, 엄마는.
자기 기준, 자기 잣대, 자기 생각.

엄마, 나한테 필요한 건 하나님이 아니라

"많이 힘들지..."

라는 그 한 마디를 던져주는 엄마가 필요한 건데, 엄마의 하나님은 그런 건 안 가르쳐주나 봐요.

작가의 이전글나의 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