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기 전에

by 숨비소리

힘든 일들은 한꺼번에 몰려든다.

밀려드는 인생의 혼란과 갈등 속에서, 나를 지키는 것조차 버거운 날들이 이어졌다.

아무것도 적고 싶지 않았고 적을 수도 없었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 해도 충분히 힘겨웠다.


그러는 사이, 제주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폭풍의 한가운데서 도망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죄책감과 해방감이 공존하는 복잡한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렇게 나는, 3박 4일 동안 제주도에 다녀왔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었다.

자고 싶으면 자고 나가고 싶으면 나갔다.

그 무엇도 책임지지 않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지낸 시간들.

행복했다.

즐거웠다.

그리고 또다시 짊어진 현실이라는 무거운 짐.


실제의 삶에 짓눌려 그 시간을 잊기 전에, 삶에 휩쓸려 그 무엇도 쓰지 못하게 되기 전에, 제주에서의 나를 기록해야지.

그래서 언젠가 내가 나를 잊고 남들만을 위해 살아갈 때, 이 기록들을 보며 떠올려야지.


'넌, 너로 살아갈 때 제일 행복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를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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