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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눈질

매일매일이 좋은 날

by toki



내가 믿는 몇 안되는 진리 중 하나가,


'회복의 힘은 행복한 경험에서 나온다'

'별거 아닌 행복이 주는 힘을 잊지 말자'


어느 날은 한 없이 누가 밉고

어느 날은 내 자신에게 화가 나고

어느 날은 또 모든걸 다 포기할듯이 해탈한다.


아마도 이걸 매일 반복하고 사는게 적어도 나뿐은 아닐거라 생각하며 위안할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은 위안은 무슨, 여전히 이런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 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다 도저히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정신병에 걸리거나 운전하다 그대로 앞차를 들이받아 사고를 치겠다 생각하면서 본능적으로 살 궁리를 찾았다.


대단하게 대단한게 대단한 행복을 줄거라고 생각하지만,

별거 아닌 별거가 별거만큼만 행복을 주는 것도 아니더라.


예를 들어,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세수도 안하고 선글라스를 낀 채로 커피를 사러 나간다.

돌아오는 길에 꽃을 사서 집에 돌아와 꽃을 손질하고 빨래를 돌린다.

낫또에 밥을 비벼 김에 싸먹으면서 영화를 보고

섬유유연제 냄새가 폴폴 날때쯤 '빨래를 널어놓고 낮잠을 자야지'라고 생각하는 뽀송뽀송한 기분이라던가.


'오늘 18시 공연 아니었던가?'

'오? 오늘 일요일이구나. 오늘 17시 공연이잖아!'

예정보다 한시간 더 일찍 끝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 누구보다 빠른 철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야식과 함께 먹는 혼술이라던가.


포도알 채우듯이 조그맣게 생긴 행복한 기억 열개를 모아서 마지막 스티커를 붙일 때 온 마음 가득하게 행복하게 채워진 마음을 잘 저장 해두었다가 어느 힘든 날에 하나씩 까먹으면 그나마 살아진다.


마지막 포도알을 까먹기 전에 또 다른 포도송이를 채우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여전히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가는걸 알고 있음에도 비어가는 포도알 껍데기만 뱉어낸다면

다시 정신병의 시작이다.


포도알 껍데기도 아까워서 뱉어내지 못하고 즙을 쪽쪽 빨아먹으면서 곧 좀비가 되기를 기다린다.

과연 이렇게 좀비 직전에 인간에서 인간다운 인간 사이를 주기적으로 왕복하는 것이 삶인가?


결국 그렇게 번뇌 속에서 시간이 흐르면

으레 인간이라는 동물은 본능적으로 살기 위한 루틴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냥 그럴 뿐이다.

그걸 받아들이면 조금 더 쉽게 살아지고

못받아들이고 발버둥치면 힘들어하다가 받아들였다 다시 잊는 망각의 굴레를 살 뿐이다.


그걸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게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랑 같은 일인지가 궁금했다.


마냥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다섯살 아이를 보면서도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들어버린 풋풋한 커플을 보면서도

대학교 교제를 펼쳐놓고 모여앉아 스터디를 하고 있는 대학생을 보면서도

나보다 그들이 더 행복할거라고 생각하는 착각.


반대로 내가 바라지 않은 어떠한 형태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도 나는 그들보다는 더 행복할거라고 생각하는 착각.


둘 다 착각이다.

하지만 어차피 착각이니 행복한 모습으로만 착각을 해보자니 그것 또한 믿으면 진리리라.


결국 내가 믿는게 진리고 의심하면 사실도 거짓이다.

어떤 힘든 날 이렇게만 생각하고 위안하면 덜 힘들텐데 그것이 쉽지 않으니 그게 또 삶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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