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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Oct 27. 2017

파파야 열매국을 먹어 보셨나요?

과일은 보통 생으로 먹거나 주스, 즙 또는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열대과일인 파파야로 국을 끓여서 먹는다. 껍질을 벗기고 씨를 발라낸 뒤 잘게 잘라서 물에 넣고 간단히 간을 맞추어 끓인 것이다.


파파야 열매국

사실 처음엔 파파야 국은 생과일로 먹는 것보다는 못했다. 시원하기는 한 데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그래도 파파야 국이 나오면 귀한 음식이라 여기고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그렇게 먹다보니 지금은 먹을 만하다. 파파야가 든 국의 연한 분홍빛도 좋고 약간 달짝지근함도 그만이다.


열매로 국을 끓여 먹는 것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열매로 끓인 죽(국) 이야기가 성경 열왕기하 4장 38절~41절에 나온다. 

“선지자 엘리사가 길갈(Gilgal)에 돌아와 보니 기근이 심했다.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엘리사는 일하는 사람(Servant)에게 큰 솥을 걸고 그들이 먹을 죽(Stew)을 끓이라고 했다. 그들 중의 한 명이 들로 나가 야생 박(Gourd)을 따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잘라서 죽을 끓였다. 

요리한 죽을 사람들에게 퍼주니, 사람들이 먹자마자 ‘독이 있습니다. 먹으면 안 됩니다.(It's poisoned! -and wouldn't eat it.)라고 엘리사에게 소리쳤다. 엘리사는 죽을 끓인 솥에 약간의 음식(Some meal)을 뿌린 뒤 먹게 했다. 그랬더니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엘리사는 기근이 든 광야에서 이름도 모르는 열매로 죽을 끓여먹게 함으로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굶주림을 이겨냈다. 기적을 일으킨 셈이다. 


여기에 나오는 Gourd(박)은 박과(Cucurbitaceae)에 속하는 Citrullus colocynthis로 알려져 있다. 영어로는 야생 박(wild gourd), 사막 박(desert gourd), 쓴 사과(Bitter apple), 쓴 오이(bitter cucumber), 소돔의 포도(vine of Sodom), colocynth 등 지역과 나라마다 여러 다른 말로 불러지고 있다. 


마땅한 먹거리가 없다고 굶어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있는 것으로 먹거리를 만들어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인류는 먹거리가 부족하면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먹고 살아남았다. 어찌보면 파파야도 베트남인이 국거리를 찾다 보니 파파야가 여러 이점이 있어 골라졌고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을 것이다. 파파야의 이점은 열매로 국을 끓여서 먹어보니 독성 문제가 없고, 영양 면에서도 괜찮고, 생산이 많으니 손쉽고 값싸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파야 열매로 끓인 국을 먹을 때면 대학교 다닐 때 생화학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생생해진다. “음식을 만들 때는 장갑을 끼지 않는 게 좋다. 왜냐면 음식을 만드는 손끝에서 효소가 나와 음식 맛을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열매든 잎이든 뿌리든 국을 무엇으로 끓이면 어떠랴! 정성만 있으면 된다. 가장 좋은 음식은 만드는 이의 정성이 깃든 것이다. 음식을 먹고 먹는 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들여 만든 음식! 그 음식이 정말 좋고 소중한 음식이다. 근무하는 기관의 구내식당 아주머니의 정성이 파파야 국에 듬뿍 들어있다 생각하니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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